[만화신간] 대만의 소년

이상한 집
▲ 대만의 소년 1∼4 = 유페이윈 글. 저우젠신 그림. 황선미·김정은·권애영·박은혜 옮김.
1960년대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아동 잡지 '왕자', '공주', '어린이' 등을 만든 출판인 차이쿤린(蔡焜霖)의 일생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차이쿤린은 1930년 타이중에서 태어나 202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대만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어낸 인물이다.

그의 유년기에는 일본이 대만을 통치하고 있었고,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15살의 나이에 학도병으로 징집된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한 뒤에도 혼란기가 이어진다. 대만을 장악한 장제스(蔣介石)와 국민당 정부는 1949년 계엄령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차이쿤린은 18살 때 독서회에 가입해 중국 작가인 루쉰(魯迅)의 '광인일기' 등을 읽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어 스무살에 정치범으로 몰려 체포된다.

이른바 백색테러(권력자가 반정부 세력이나 혁명 운동에 가하는 정치적 목적의 테러)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10년을 복역한 이후 출판업에 뛰어든다.

만화 출판사에서 일한 뒤 1958년 원창 출판사를 세우고 만화와 연재소설, 특집 기사 등을 담은 격월간지 '왕자'를 창간한다.

'왕자'는 인기가 많았지만, 전과자가 만든 잡지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검열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69년 태풍으로 출판 기계와 잡지가 모두 침수되면서 차이쿤린은 240만 위안의 빚을 지고 파산한다.

그는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53세의 나이에 다시 반월간 아동 잡지 '룽룽', 여성 잡지 '논노'를 창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통과 의지로 요약되는 차이쿤린의 일생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대만의 험난했던 시대적 배경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2021년 대만에서 출판됐으며, 올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마르코폴로. 각 172∼192쪽.
▲ 이상한 집 1·2 = 우케쓰 원작. 아야노 교 만화. 김예진 옮김.
인터넷에서 떠돌던 '이상한 집 평면도'를 본 적이 있는가.

외관은 평범한 일본 단독주택처럼 생겼지만, 2층 한 가운데에 창문 하나 없는 아이 방이 자리하고, 1층에는 붙박이장도 아닌 이상한 텅 빈 곳이 있는 구조다.

아이 방을 환한 공간에 두지 않고 감시 또는 감금하는 듯한 형태 때문에 주목받은 이 평면도는 2020년 일본 호러·오컬트 콘텐츠 창작자 우케쓰가 만든 것이다.

이 평면도를 두고 연쇄살인마 가족의 집이 아닐까 짐작하는 분석을 담은 우케쓰의 동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조회 수 2천만 뷰를 넘겼고, 소설과 만화, 영화로 재탄생했다.

소설은 25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고, 영화는 일본에서 15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만화 역시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오컬트 관련 글을 쓰는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이 평면도를 접하고, 건축 설계사 구리하라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리드비. 각 17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