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만든 J호러의 대부 "스마트폰 호러의 끝은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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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완결 '라스트 해커'1998년 개봉한 일본 공포영화 '링'은 일본 내에서의 성공을 넘어 전 세계에 J-호러 열풍을 일으킨 일대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곧이어 '검은 물 밑에서' 역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며 얼마 되지 않아 할리우드에서 'Dark Water'로 리메이크되었고 J-호러의 열풍은 더 많은 나라와 문화권으로 확산됐다. 그 역사를 빚어낸 두 시리즈를 만든 이는 영화감독 나카타 히데오(63).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온 나카타 히데오 감독 인터뷰
두 작품의 성공 이후로도 그는 호러 장르를 떠나지 않고 꾸준히 (거의 매년) 작품을 완성해 다양한 영화제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리즈로 사랑받았다. (국내에선 임시완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올해 '스마트폰 시리즈'의 세 번째 완결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라스트 해커' (이하 라스트 해커)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나카타 히데오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수많은 국가에서 리메이크하지만, 그 작품들을 언젠가부터 찾아보지 않는다고 했다. "나보다 잘 만들어 놓아도, 또 못 만들어 놓아도 속이 아파서"라고. ▷오랜만이고, 반갑다. 감독님과 7년 전, '화이트 릴리' (니카츠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중 하나)라는 작품으로 한국에서 인터뷰를 했었다. 그때 한국을 방문한 이래로 처음인가?
"중간에 코로나가 있었어서 그랬을 것 같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감독 중 하나다. 특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가장 많이 방문한 것 같은데, 감독님에게 '부천'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부천(영화제)은 한 세 번, 부산(영화제)은 두 차례 정도 참여한 것 같다. '링'으로 왔을 때는 영화 자체가 매우 화제가 되었어서 여기저기서 환영받았던 기억 정도가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무엇보다 한국의 밥이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모두 웃음)."
▷영화 연출을 한 지 30년이 넘었다. 현역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영화감독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생산력을 동료들이 부러워하지 않는가?
"다른 동료 감독들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 것 같고, 같이 일하는 스탭들이 나의 체력을 부러워하긴 했다 (모두 웃음). 젊었을 때는 내가 제안을 하는 영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제안을 주로 받는 편이고, 주는 대로 성실하게 하는 쪽이다." ▷J-호러라는 단어와 역사는 나카타 히데오라에 의해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줄곧 호러 영화를 해오고 있는데 드물게도 '끝난 사람'이라는 코미디 영화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데, 왜 코미디 장르를 더 하지 않는가?
"이 작품만큼은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직접 제안을 해서 성사된 작품이다. 일반인 친구가 원작 책을 읽고 나에게 추천을 해줬다. 앞으로도 내가 제안을 할 수 있다면 이러한 따뜻한 작품을 또 해보고 싶다."
▷이번 부천에서 상영되는 작품 '라스트 해커'는 배경이 한국이다. 원작과 달라졌다.
"원작에서는 해커가 테러를 하는 곳이 도쿄 올림픽이었는데 그렇게 만들기엔 제작비의 스케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해커가 해외로 도망 중에 벌이는 설정이어야 했기에 한일 정상회담으로 설정을 바꾼 것이다. 사실 배경이 한국이긴 하지만 모두 한국에서만 찍은 것은 아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 중에 도쿄에서 찍은 부분도 있다."
▷정말 몰랐다. 매우 감쪽같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우라노' 역을 맡은 나리타 료의 한국어 대사다. 한국어 대사가 매우 많은데, 발음과 엑센트가 훌륭하다.
"사실 내가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염려스럽긴 했다. 한국인 코치가 있었고, 매우 엄하게 가르쳤던 것으로 안다. 발음 부분에서는 나중에 후시 녹음으로 다듬기도 했다." ▷권은비 배우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가?
"몇 명의 후보가 있었지만 '스마트폰' 시리즈에서 해커의 '제물'이 되는 여성들의 특징은 모두 흑발의 미녀라는 것이다. 영화의 이미지와도, 이번 에피소드 (한국에서 펼쳐지는) 와도 잘 맞는 이미지를 권은비 배우가 가지고 있었고, 일본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했다. 그런 점에서 이끌리기도 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혹시 본 적이 있는가?
"(웃음) 죄송스럽지만 아직 못 봤다. 사실, 내 작품들이 여러 번 리메이크가 된 적이 있는데, 내가 한 것보다 잘 해놓으면 속이 아프고, 또 못해 놔도 속이 아프더라 (모두 웃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안 보게 됐다."
▷워낙 부지런하게 작업을 하시는 감독이라 분명 다음 작품을 이미 완성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맞다. 이미 끝낸 작품이 있는데, '이상한 과자가게 젠텐도 (전천당)'라는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만들었다. 오랜만에 하는 비(非) 호러 영화다. 내 딸이 무척 좋아해서 내가 먼저 제안을 해 성사된 케이스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과 마지막으로 만난 건 7년 전이었는데, 그는 정확히 그때의 인터뷰 내용과 장소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명민하고 섬세한 아티스트였다. 이제는 거의 노장 감독에 가깝지만 그의 영화만큼은 에너지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현재까지도 일 년에 한두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히데오 감독을 보면서 J-호러의 유산이 빛바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나카타 히데오의 '스마트 폰 시리즈'의 완결편, ‘라스트 해커’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7월 5일, 8일에 상영된다. 극장에선 12월 개봉 예정이다.
부천=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