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의 호모파덴스] 태풍은 좋겠다, 진로라도 있어서

이찬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여름철 주요 뉴스 중 하나는 태풍의 진로다. 태풍이 언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지를 예측해야 수해를 예방하고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풍 진로 뉴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태풍은 좋겠다, 진로라도 있어서.’ 이 말은 우리 교육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어른들은 흔히 학생들에게 “꿈은 뭐니?”라고 묻는다. 하지만 정작 꿈을 이루기 위해 진로를 어떻게 설정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대화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어른들도 변변한 진로 고민 없이, 그야말로 어쩌다 어른이 돼 현재의 모습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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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아무 방향으로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학생들의 미래도 막연한 꿈에 맡겨두는 경향이 있다. 관심이 온통 대학 입시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만큼이나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가는 경험을 통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장기적으로는 직업 만족도와 삶의 질이 높아진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야 인구 급감 시대에 절실한 인력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자녀 교육에서 학부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 자녀가 자기 적성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녀의 인생을 위해서 그리고 화목한 부모와 자식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여름방학은 학생들이 부족한 학업을 보충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시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이 시간을 학원에서 입시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여름방학은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자기 적성과 흥미를 탐색할 기회가 돼야 한다.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국내외 봉사활동, 문화 체험, 스포츠 활동, 자연 탐사 등의 활동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태풍의 진로를 명확하게 예측할수록 우리는 그에 대비할 수 있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이 진로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진로 탐색을 통해 각자의 꿈을 구체화하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는 과정이 절실하다. 우리 청소년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여름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지원한다면 보다 알차고 상쾌한 여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