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핵폭탄 만듭니다"…아인슈타인이 美에 쓴 편지, 9월 뉴욕 경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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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뉴욕 9월 경매“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각하. 최근 핵물리학 연구가 진전되면서 우라늄이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매우 강력한 새로운 유형의 폭탄이 제작될 수도 있습니다. 독일은 우라늄 판매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미국 물리학자들과 만나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드림.”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폴 앨런 컬렉션 출품
'아인슈타인 편지' 추정가 83억원
아인슈타인이 1939년 백악관에 보낸 이 같은 내용의 편지는 미국이 핵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만들어진 두 발의 원자폭탄은 각각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지며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고, 인류 역사를 영원히 바꿨다.20세기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의 이 편지가 경매에 나왔다. 경매사 크리스티에 따르면 이 편지는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크리스티 ‘Gen One’(젠 원) 경매에 추정가 600만달러(약 83억4000만원)로 출품됐다. 크리스티 관계자는 “지난해 개봉 영화 ‘오펜하이머’에도 이 편지에 관한 내용이 있다”며 “핵 개발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편지”라고 설명했다.이번 경매에 나온 유물 대부분은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으로 세운 폴 앨런(1953~2018)이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앨런은 2012년 미국 시애틀에 컴퓨터 박물관을 개관하고 이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박물관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을 닫았다. 마크 포터 크리스티 아메리카 대표는 “독창적인 과학기술의 역사를 기록한 아름다운 컬렉션”이라고 말했다.
편지 외에 눈에 띄는 물건은 1965년 6월 미국 우주비행사 에드 화이트가 미국인 최초로 우주 유영을 할 때 입었던 우주복이다. 추정가는 12만달러(약 1억7000만원)다. 다만 소련의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3개월 앞선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우주를 유영한 우주복은 아니다.1971년 앨런이 직접 만든 컴퓨터인 ‘DEC PDP-10: KI-10’은 최대 5만달러(약 7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 밖에도 채슬리 본스텔의 ‘타이탄에서 본 토성’(추정가 3만~5만달러, 약 4200만~7000만원) 등 우주를 주제로 한 미술 작품도 일부 나왔다.
이처럼 근현대 과학기술 관련 장비와 기록물들이 경매에 나오는 빈도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역사 속 왕들이 쓰던 도구나 그릇이 오늘날 박물관에서 귀중한 유물 취급을 받듯이, 비교적 최근의 물건도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면 유물로서 대접을 받는 것이다. 2022년에는 소더비 경매에서 미국의 우주인 버즈 올드린이 달에 착륙할 때 입었던 자켓이 280만달러(약 38억9000만원)에 판매되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