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확실 고이케 도쿄지사…'간토학살 추도문 거부' 韓과 악연

TV 앵커 인지도 발판 국회의원·장관 역임한 대표적 여성 정치인

7일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3선이 거의 확실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1) 지사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다. 그의 도쿄도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6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이번 선거전은 일찌감치 당선자가 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독자 후보를 내는 대신 과거 경쟁하기도 했던 고이케 지사를 이번 선거에서 지지한 이유도 이런 대중적인 인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케 지사는 그러나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조선학교에 보조금도 계속 지급하지 않는 등 한국인·조인엔 비우호적이다.
◇ TV 앵커 출신 스타 여성 정치인…학력 위조 의혹도
고이케 지사는 TV 앵커로 이름을 알린 뒤 정치인으로 변신해 국회의원과 환경상, 방위상 등 각료를 두루 역임한 스타 여성 정치인이다.

1952년 일본 효고현 출신인 그는 아버지가 무역상으로 일하던 이집트로 유학길에 올랐다.

1976년 이집트 명문 카이로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와 관련해서는 학력 위조 의혹이 여러 번 제기됐다. 그는 1979년 민영 방송 보조 앵커로 방송계에 진출했으며 이후 TV도쿄 메인 앵커로 활약하면서 유명해졌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치 무대에 데뷔해 1992년 참의원(상원) 비례 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했고 이듬해 고향인 효고현에서 중의원(하원) 의원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중의원 의원으로 환경상과 첫 여성 방위상을 지냈다. 2016년 7월 도쿄도 지사 선거에 자민당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민당 추천 후보를 꺾고 도쿄도의 수장이 됐다.

이후 2020년 재임에 성공해 8년간 도쿄도 지사를 지냈고 이번에 3선에 성공하면 4년 더 도쿄도 수장을 맡게 된다.
◇ 야스쿠니 참배·조선학교 보조금 중단…한국에 극우 성향
고이케 지사는 도쿄 도정에서는 저출산 대책을 강조하거나 '고객 갑질' 방지 조례 제정에 앞장서는 등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국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줄곧 극우 성향을 보여왔다.

환경상으로 재직하던 2005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2007년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당시에 이를 반대하는 운동을 했고, 2011년 일본 내 혐한 단체 '재특회' 강연에 참석해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면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일본 정부 차원에서 인정한 '고노 담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도쿄도 지사가 되고 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사 취임 첫해인 2016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추도문을 보냈으나 추도비에 조선인 희생자 수가 6천여명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근거가 희박하다는 우익의 공격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추도문을 내지 않았다.

매년 9월 1일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 행사에는 과거 이시하라 신타로, 이노세 나오키, 마스조에 요이치 등 전임 지사는 1970년대 이후 관례에 따라 추도문을 보내왔다.

고이케 지사는 이번 선거 후보자 합동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에 추도문을 전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쿄도지사 취임 직후 제2한국학교 부지 유상 대여 방침을 백지화했다. 재임 기간 내내 재일 민족학교인 조선학교에 대한 도의 보조금 지급도 중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