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심상치 않은데…'악!' 개미들 희비 갈린 이유가

성장성 확실히 보여준 대형주 투자심리만 개선돼
“버블 형성·붕괴 겪은 투자자 학습효과”
“공매도 금지 장기화로 ‘롱쇼트’ 투자하는 큰손 이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주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호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종목이 동반 강세를 나타내던 과거 바이오주 흐름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과거 바이오주 거품 붕괴 과정을 투자자들이 꾸준히 학습한 결과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갖춘 종목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바이오·헬스케어 종목이 편입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최근 한달간 7.92% 상승해 지난 5일 3208.94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5거래일 만에 10% 넘게 올라 지난 3월26일 기록한 52주 최고가(3304.20)를 100포인트가량 남겨두고 있다.주로 코스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의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우선 HLB그룹주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미 식품의약국(FDA)가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에 대한 시판 승인 재심사 신청서 제출을 권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최근 한달 상승률은 HLB가 56.21%에 달했고, HLB제약이 51.98%, HLB생명과학이 26.1%, HLB테라퓨틱스가 24.47%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 사진=한경 DB
또한 삼천당제약이 57.99% 상승해 KRX헬스케어 지수 편입 종목 중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최근 비만치료제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복제약을 일본 제약사에 독점 판매하는 가계약을 맺었다는 소식 덕분이다. 앞서 유럽 지역에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기로 한 게 주가를 끌어 올렸다.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조5141억원으로, 코스닥 6위에 올랐다.반면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은 투자자 관심에서 소외돼 있다. 최근 한달 동안 메드팩토는 13.99%, 네이처셀은 20.18%, 신라젠은 24.55% 하락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5년, 2017년, 2020년 바이오주 주가에 버블이 형성된 시기엔 업종 전반적으로 투자심리 온기가 확산됐다”면서 “최근엔 고금리 장기화와 신약 개발 성공 확률에 대한 시장 학습 등으로 성과가 확인됐거나, 팬덤층이 두터운 종목으로 선별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 장기화도 바이오 업종 내 쏠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허 연구원은 지적했다. 코스닥 바이오 종목에 투자하는 ‘큰손’ 투자자, 특히 외국인의 경우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는 ‘롱쇼트’ 전략을 자주 구사했지만, 공매도 금지조치로 막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내년 3월까지 연장된 상태다.이에 확실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준에서 인정받는 연구 기술력 또는 상업성이 높은 신약을 보유한 종목 △미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현재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종목 △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있는 종목 등을 투자 매력이 높은 바이오 종목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조건에 맞는 종목으로는 유한양행, 리가켐바이오, 셀트리온 등을 꼽았다. 유한양행은 폐암신약 성분 레이저티닙과 항암항체 물질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미 FDA 시판 승인이 이뤄지면 연말께 기술료(마일스톤) 수입이 예상된다. 경쟁약 대비 높은 치료 효과가 기대돼 상업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사진=유한양행 제공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권 연구원은 “이미 검증된 우수한 기술력이 임상 결과로 나타나면서 ADC 치료제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셀트리온의 경우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피하주사 제형의 인플릭시맙)의 현지 판매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바이오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개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관건은 금리다. 허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금리의 영향이 크다”며 “연말로 갈수록 금리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