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만년 간판에서 프랑스 총선 대반전 주역으로…멜랑숑 누구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시련·비참으로 돈 짜는 시장" 강한 반자본주의 성향
북아프리카 태생…혁명 꿈꾸던 청년기 거쳐 3차례 대권 도전
공동정부 요구…'극좌에는 안 맡겨' 마크롱과 마찰 예상, 총리 기용 쉽지 않을듯
프랑스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승리를 견인한 장뤼크 멜랑숑(72)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수십년간 프랑스 좌파의 간판 역할을 한 급진 사회주의자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가 공산당, 녹색당, 사회당 등과 함께 결성한 좌파 연대체인 신민중전선(NFP)은 7일(현지시간) 열린 프랑스 의회선거에서 제1당으로 도약했다.

멜랑숑 대표는 세부 정책은 각각 다르지만 과도한 자본주의를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 분모, 극우세력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단일 목표를 지닌 이들 정파를 한데 묶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는 풍자와 분노가 섞인 열정적인 연설로 유권자들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포퓰리스트 웅변가로 잘 알려져 있다. 멜랑숑 대표는 2012년, 2017년, 202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좌파를 대표해 대통령 선거에 나섰으나 매번 고배를 들었다.

가장 최근 대선이 치러진 2022년에도 큰 주목을 받았으나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 극우인사 마린 르펜에 이어 3위로 고배를 마셨다.

돌풍을 승기로 이어가지 못한 배경에는 급진적 사회주의 성향이 국가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회주의자로서 급진적 분배정책을 강조하는 멜랑숑 대표의 정책기조 때문에 계층갈등이나 사회불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멜랑숑 대표는 과거에 프랑스를 '부(富)가 잘못 분배된 국가'로 규정했다.

그는 "극단적인 시장이 시련, 비참,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방치로 금과 돈을 짜낸다"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악마화해왔다.
좌파연합의 이번 총선 공약에도 멜랑숑 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의 이 같은 분배 우선시 성향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신(新)민중전선은 연금수령 연령을 원래대로 낮추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생필품 물가를 동결해 노동자 구매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정부가 2017년 폐지한 사회연대세를 복원하고 초과이윤에 대한 세제를 도입하며 부유층에 사회기여금을 걷겠다고 밝혔다.

신민중전선은 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학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는 등 교육에서도 재분재 정책을 약속했다.

멜랑숑 대표는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로 이주한 스페인계 우편집배원 아버지, 이탈리아계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1951년 탕헤르(현재 모로코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11세 때 프랑스로 이주해 철학을 공부하고 기자, 출판사 교정사 등 다채로운 직업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멜랑숑 대표는 마르크스주의를 토대로 영구적인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트로츠키주의 운동에 심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멜랑숑 대표는 25세이던 1976년 사회당에 가입하고 프랑스 지방의회, 중앙의회, 유럽의회에 여러 차례 선출됐다.

그는 사회당 소속으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프랑스 에손주 부지사,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교육부 차관을 지냈다.

멜랑숑 대표는 사회당이 너무 친기업적으로 변질했다며 2008년 탈당하고 2016년 굴복하지않는프랑스를 창당해 이끌어 왔다.

멜랑숑 대표 이번 총선이 좌파연합의 승리로 끝나자 "신민중전선은 통치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멜랑숑 대표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의 권력을 분점할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의석 절대과반에 미달한 좌파연합이 제휴해야 할 다른 정파뿐만 아니라 LFI에서도 멜랑숑 대표의 사회분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마크롱 대통령도 극좌 정당 LFI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터라 향후 총리 임명 과정에서 NFP 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