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 꺾고 우승했는데…빈살만 왕세자가 웃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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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강국 노리는 사우디대한민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 T1(TOGETHER AS 1)이 8일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월드컵(EWC)2024 결승전에서 중국의 강호 톱 e스포츠(TES)를 꺾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페이커' 우승 뒤 빈살만 웃었다
T1, 중국 TES 꺾고 EWC2024 초대 챔피언 등극
사우디 국가 이미지 쇄신 위한 e스포츠 투자 지속
T1은 이날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EWC 2024 LoL 종목 결승전에서 TES를 세트 스코어 3:1로 격파하고 승리했다. T1은 이날 40만 달러(약 5억5000만원)의 1등 상금과 함께 종목 우승 트로피를 머리 위로 힘차게 들어 올렸다.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젠지가 LPL팀에게 패배하며 탈락했으나 T1은 BLG(빌리빌리게이밍)부터 TES까지 LPL팀을 차례로 격파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사우디 EWC2024의 개최 배경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통큰 투자가 뒷받침됐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대회를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경제 다각화, 관광 부문 성장 등 새로운 미래 경제 발전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대회를 통해 인권 문제, 성차별, 예맨 내전개입 등으로 얼룩진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였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의 e스포츠 패권을 장악하고 e스포츠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오일머니’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역대 최고 규모와 상금 액수를 걸고 매년 사우디서 e스포츠 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몇 년간 계속돼 왔다. 사우디 국부 펀드 산하의 ‘SGG그룹’이 인수한 ESL(e스포츠 리그)을 통해 2022년과 2023년도에 e스포츠 대회인 ‘게이머스 8’을 8주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총 12개 종목에 4500만 달러(약 620억원)의 상금이 책정됐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LOL과 배틀그라운드를 포함해 총 21개 종목, 총상금 규모 6000만 달러(약 830억원)로 종목과 상금 모두 대폭 늘었다.
이번 T1의 우승으로 사우디도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다. T1이 개막 첫날 치른 두 경기 모두 시청 지표 1,2위에 나란히 올랐고 특히 개막 첫날인 5일 BLG과의 경기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PCU)는 77만명을 돌파하며 대회 흥행 청신호를 쐈다. 또한 지난 7일 북미 대표 팀 리퀴드와의 짜릿한 역전승 경기는 PCU가 무려 100만회에 육박하며 이번 대회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번 EWC는 일반적으로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다른 대회 본선과 달리 결승을 제외한 모든 경기가 3전 2선승제로 진행돼 진행 방식이 변수로 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수에도 T1은 TES와의 결승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EWC2024는 다음 달 25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