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웃음 선사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어린이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 '헨젤과 그레텔'…아이·학부모 모두 즐긴 무대
제1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25일 갈라 콘서트 '그레이트 푸치니'로 시작해 지난 7일 어린이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로 막을 내렸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 페스티벌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공연을 포기하거나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작품을 변경한 단체가 생겨났고, 결국 개막 콘서트를 제외하면 네 작품만이 무대에 올랐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 누오바오페라단의 '나비부인',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 오페라팩토리의 '마님이 된 하녀', 더뮤즈오페라단의 '헨젤과 그레텔'이다.

예상했던 지원이 사라져 공연 제작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연된 작품마다 객석은 가득 찼고 관객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피가로의 결혼'과 '나비부인'도 관객들의 큰 갈채와 호평을 얻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소극장용 어린이 오페라의 인기 역시 지난해 못지않게 뜨거웠다.

매 공연 유쾌한 폭소가 터져 나왔고, 관객참여형 공연으로 마련돼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젊고 영리한 하녀가 계략을 꾸며 노총각 집주인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는 이야기인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의 '마님이 된 하녀'(1733)는 이탈리아 막간극의 성공적인 효시로 꼽힌다. 박경태 예술감독의 오페라팩토리가 준비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지난달 30일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인물관계와 상황을 설명하는 하인 베스포네 역의 배우 황자람이 등장하는 초반부부터 신나게 웃기 시작했다.

페르골레시 원작에서 말을 못 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베스포네는 연출과 무대디자인을 맡은 연출가 홍민정의 치밀하고 기발한 창작 대사로 폭포처럼 달변을 쏟아내며 관객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객석을 메운 어른 관객들도 아이들처럼 폭소를 터뜨리며 큰 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일반적인 오페라 공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대단한 무대장치 없이도 홍민정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쉴 새 없이 웃음을 선사했고 섬세한 조명과 영상, 그림자극과 효과음향이 인물들의 '티키타카'에 활력을 더했다.

하녀 세르피나 역의 소프라노 오효진은 역할에 꼭 어울리는 맑고 밝은 음색으로 노래를 소화했다.

정확한 레가토에 콜로라투라 테크닉도 뛰어났다.

주인 우베르토 역의 바리톤 김성국은 단단하고 에너지 넘치는 소리를 지녔지만, 탁월한 희극적 감각도 갖췄다.

음악코치 안희정의 피아노와 백순재의 엘렉톤은 원래 체임버오케스트라 편성인 이 작품의 음악을 전담해 대단히 효과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정은 예술감독의 더뮤즈오페라단은 지난 7일 엥겔베르트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1893) 4회차 공연에서 색채감이 뛰어난 무대와 유쾌한 마녀 캐릭터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연출가 조은비는 숲속에서 요정과 마녀를 만나는 이 모든 내용이 헨젤과 그레텔의 꿈이라는 대담한 설정 하에, 엄마 역의 배우 연솔이가 마녀의 조수로 일하며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여줬다.

꿈속에서 아이들의 은밀한 욕망이 실현된다는 프로이트적 해석을 적용한 장면으로,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했다고 야단치는 엄마에게 아이들이 느꼈을 두려움을 되갚아준 셈이다.

과자가 아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후루가 주렁주렁 달린 마녀의 집도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어린이들은 탕후루, 마라탕, 햄버거, 짜장면 등의 대사와 객석에서 불쑥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즐겁게 반응하며 70분 내내 집중력을 발휘했다.

아빠 역의 바리톤 오바울은 명료하고 유연한 가창을 들려줬다.

마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카운터테너 지필두의 음색과 연기력도 주목할 만했다.

헨젤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주희와 그레텔 역의 소프라노 성준은 진짜 남매 같은 자연스러운 호흡을 선보였다.

잠들기 전 이중창에서 조화로운 어울림으로 감동을 줬다.

권성준이 지휘자로 나선 이 공연은 음악코치 김희은이 엘렉톤 연주를, 이정은 예술감독이 피아노 연주를 맡아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어린이합창단 '해맑은 아이들'도 무대에 함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