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회복 흐름이라는데…KDI "경기 개선세 다소 미약"

지난달보다 표현 낮아져…"소매판매, 설비·건설투자 모두 감소"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고금리로 내수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최근 일부 지표 조정에도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정부의 평가와는 엇갈린 것으로 정부의 진단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KDI는 8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내수 부진에도 수출 회복세가 이끌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한 데서 표현이 약해졌다.

KDI는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자 작년 10월부터 '경기 부진이 완화한다'고 진단하기 시작했다.

8개월간 비슷한 평가를 유지하다가 수출 증가세가 강해지면서 지난달에는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다 이달 다시 경기 개선이 미약하다고 어조를 낮춘 것이다.

최근 발표된 5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들이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상품소비는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 폭이 확대되며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5월 소매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줄어, 전월(-2.2%)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서비스업 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1.4%)과 숙박·음식점업(-0.9%)도 내림세를 지속했다.

설비투자 역시 고금리 영향으로 부진이 지속됐다.

5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작년 동월 대비 5.1% 급감했다.

건설투자도 부진하다.

5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의 부진에 기인해 전월(-0.1%)보다 낮은 -3.8%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5월 생산지표는 다소 조정됐다.

5월 전산업생산은 작년 같은 달보다 2.2% 늘어, 4월(3.3%)보다 증가세가 축소됐다.

전월과 비교하면 0.7% 감소했다.

광공업생산(3.5%)은 반도체(18.1%)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1.9%)와 전기장비(-18.0%)의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제조업 출하(0.2%)가 자동차(-4.0%)와 전기장비(-20.6%)를 중심으로 부진한 가운데 제조업 재고율(110.9%)은 소폭 상승하는 등 제조업 회복세도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다.

KDI는 물가상승세에 대해서는 "물가안정 목표(2.0%)에 근접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고용 여건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조정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경기와 관련해 KDI보다 긍정적인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전반적으로 주요 지표가 월별 변동성 차원에서 전월 개선에 따라 조정받았다"며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
소비에 대해서는 "소비 지표는 5월 다소 둔화됐으나 6월 소비심리 반등·속보지표 개선 흐름 등을 고려할 때 분기 전체로는 보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발표한 기재부의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도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오는 12일 새로운 경기 진단을 내놓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