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 겨우 구했는데"…고객들 속 뒤집어질 비밀 들통났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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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52회
"할인도 안돼, 태울 수도 없어"
쌓인 재고에 '골머리' 앓는 명품업체들
명품 재고품 소각도 안된다는데…
럭셔리 브랜드 재고 관리 어떻게 할까

8일 주요 외신과 명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넘쳐나는 재고 처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 수십억 달러어치의 초과 재고를 떠안은 상황이다. 프랑스 양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HM)그룹과 케링 그룹은 지난해 기준 각각 팔리지 않아 노후화되거나 앞으로 판매될 일이 거의 없는 악성 재고를 35억 달러(약 4조8200억원)와 16억 달러(2조2000억원) 씩 갖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와 15% 씩 증가한 수준이다.
태우지도 못하는데…명품 재고 어디로 가나
통상 백화점,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는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를 소진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엄격한 규정을 통해 가격 책정과 재고 관리를 한다.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해서다. 발렌시아가, 베르사체 등 재고 부담 시달리는 일부 브랜드들이 할인 판매에 나선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최고급(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는 제품 가치 유지 때문에 할인 판매도 힘든 상황이다.
일부 브랜드는 적극적으로 아웃렛을 통한 판매로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 통상 럭셔리 브랜드 제품은 ‘백화점·면세점-해외명품대전-아웃렛-패밀리세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거친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명품 매출의 13%가 아웃렛 같은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에서 나왔다. 10년 전만 해도 그 비중이 5%에 불과했지만 두 배 넘게 뛰었다.특히 아웃렛 판매가 활발한 버버리의 경우 오프프라이스 매장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이익으로 따지면 절반 이상이라는 게 시장 분석기관들의 추정치다. 페라가모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웃렛 매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정가 매장의 매출을 잠식하기 때문에 명품 업체 입장에선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일반 대중은 모르지만…대폭 할인 판매도
이 때문에 일부 브랜드는 직원 세일, VIP 할인 행사 등을 이용해 재고품을 대중에 알려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팔아치우기도 한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이 이에 해당한다.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이 같은 비공식 판매로 매년 1억 유로(약 1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근무했던 박모 씨는 “마지막 유통 단계인 VIP 할인이나 직원 세일까지 가면 80~90%가량 할인도 허다하다”며 “대부분 원하는 사이즈만 있으면 제품을 건지는 수준인데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벤트”라고 귀띔했다.친환경적 재고 처리 방안 찾는 기업들
최근에는 명품 기업들도 보다 친환경적 재고 처리 방식을 찾고 있다. 구찌는 팔리지 않은 제품이나 직물 원재료 등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컨티뉴엄 프로젝트‘라는 명으로 브랜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협업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 것이다. LVMH도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의 선두주자 스위스 디자이너 케빈 제르마니에와 손잡고 팔리지 않은 제품을 새로운 컬렉션으로 재탄생시켰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