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채상병 순직 사건' 임성근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

임 전 사단장 "사망과 인과관계 인정안돼"
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을 경찰이 불송치 결정했다.

경북경찰청은 8일 해병대 7여단장 등 6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 사건을 대구지검에 송치를 결정했다.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 6명은 신속기동부대장인 해병대 7여단장, 포7대대장, 포11대대장, 포7대대본부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및 포병여단 군수과장이다.

경찰은 "7여단장은 육군 50사단장의 작전지휘를 받아 예천지역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의 총책임자로 안전한 작전수행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장화 높이'까지의 수변수색을 강조했다. 또 포11대대장의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색지침에 대한 불명확한 설명과 소통의 부족, 소극적 지시 등이 종합적으로 합쳐서 포11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지침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다만 임성근 전 사단장과 포7대대 정보과장, 통신부소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 결정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월권행위에 해당한다"며 "월권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성립한다. 이 행위는 군 내부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했다.

임 전 사단장으로서는 제11포병 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으며, 비록 부하들에게 작전 수행을 지적하고 질책을 했어도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지침을 변경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이어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19일 오전 6시 5분쯤 기사 8개 링크모음과 사진 12장 사진을 카톡으로 받았는데 이런 행위는 언론스크랩으로 일상적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해병대 관련 언론 기사 링크를 모아 사단장과 여단장 및 대대장 등 지휘부 다수에게 전파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이 내린 작전 관련 지시들은 소방 측과 협의된 수색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로 이뤄진 것들로 기존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오전 9시 3분께 예천 내성천 보문교 인근에서 비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오후 11시 8분쯤 약 7㎞ 떨어진 고평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이후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착수했고, 임 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이 숨진 그해 8월 24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청은 24명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군, 지자체, 소방 등 관련자 67명을 조사하고 해병대 사단을 압수수색 해 확보한 자료 190여 점을 분석한 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안동=오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