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처분 철회에 "충분친않지만 긍정적" "사직서나 수리해라"(종합)

"행정처분 철회는 대화를 위한 최소한 조치", "정부는 사과부터 해야"
현장 복귀 여부에 부정적 전망 '대다수'…"전공의 복귀하길 바라지만 영향 크지 않을 것"
정부가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심드렁한 분위기이다. 전공의들은 당초 정부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을 내렸으므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복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제출한 사직서를 2월 시점으로 수리하라는 목소리도 컸다.

정부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전공의들에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며 '중단'이 아닌 '철회'라는 입장을 공식 발표한 데 대해서는 일견 긍정적이라면서도, 큰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 "철회는 긍정적이지만, 대화 위한 최소한의 조치…정부는 사과부터 하라"
정부는 8일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사직한 전공의들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정부가 행정처분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철회'한다고 못 박은 데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으나, 전공의들의 대규모 복귀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행정기본법 제19조에 따르면 적법한 행정처분이라도 중대한 공익 보호나 사정 변경 등이 있다면 장래를 향해 철회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적법한 행정처분이었으므로 '취소'하지 않고 '중단'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철회'라고 표현하면서 의미를 분명히 했다.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행정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중단하면 향후 전공의들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이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부' 진전됐다고 평하면서도 사과 없이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레지던트 3년차로 수련했던 전공의 A씨는 연합뉴스에 "(행정처분 철회 등은)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된다"며 "충분함과는 별개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행정적인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되나, 여전히 대화 시작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지 화해를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며 "의사를 악마화하는 과정 등에 대한 정부의 사과 없이는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 전공의들 전반적으로 '심드렁'…"2월 사직서나 수리해달라"
서울의 '빅5'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2년 차로 수련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B씨는 정부 조치에 대해 "전공의들 반응은 대부분 심드렁한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애초에 정부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을 했으니 그걸 안 한다고 한들 우리한테 크게 와닿는 건 없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정부의 사과"라고 일갈했다.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날 정부의 발표는 '반보' 전진했다고 생각하지만, 취소도 아니고 철회에 불과하다"며 "정부를 신뢰할 만한 메시지는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직서 수리 시점과 관련해 의사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월 사직서나 수리해달라", "제일 중요한 2월 사직서 수리가 빠졌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는 추후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책임 등을 이유로 사직서 수리 시점이 전공의들의 이탈 시기인 2월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를 사직서 처리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병원과 전공의 사이 협의가 있다면 수리될 여지가 있다고도 시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련병원이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에 반해서 사직서를 소급해서 수리할 수 없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따라 협의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했다.
◇ 실질적 효과엔 부정적 전망…"별로 효과 없을 것", "전공의 복귀는 바람일 뿐"
정부 조치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전공의들과 수련병원 양측 모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C씨는 "여태까지 했던 말이랑 똑같지 않으냐.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저희는 원래대로 2월 말로 사직하겠다는 건데, 애초에 사직하는 사람한테 무슨 처분을 하겠다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C씨는 "사직을 6월 이후로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며 "원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 같아서 믿을 수가 없어서 돌아갈 수 없다.

제 주변도 다 안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관계자 D씨 역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전공의들의 복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행정처분 중단은 당연하게 보는 분위기여서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해서 '돌아가자'는 여론이 형성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중단 등 '결단'을 내린 것 자체는 의미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의미 있는' 조치라고 해서 전공의들의 복귀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류옥하다 전 대전성모병원 인턴은 "미복귀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 것을 환영하고,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과학적 재검토를 하지 않는 이상 사직한 전공의들이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정부에 대한 신뢰가 너무 낮고, 오히려 더 버텨보자는 얘기도 나올 정도"라며 "필수의료 수련의 맥이 끊기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또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 E씨는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준 만큼 전공의들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바람일 뿐"이라며 "현장에서는 50% 돌아오면 다행이라는 분위기인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