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완구사, 韓 키덜트족 '정조준'…자체 IP 제품 앞세워 시장 공략

팝마트, 국내에만 8개 매장 운영
국내 업체는 '위탁 유통'에 갇혀
장맛비가 내린 8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팝마트코리아 매장(사진) 앞. 개장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자 매장 앞에 몰려 있던 50여 명이 매장으로 들어갔다. 팝마트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6일 개장한 이후로 1500여 명이 매장을 찾았다”며 “자체 지식재산권(IP) 130개를 활용한 키덜트(키즈+어덜트) 제품이 흥행몰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완구업체 팝마트가 국내에서 여덟 번째로 선보인 이 매장은 글로벌 기업이 IP를 활용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자체 IP를 활용한 피규어 ‘라부부’는 블랙핑크의 언급에 힘입어 품절대란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팝마트를 비롯한 글로벌 완구업체들은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키덜트족을 공략하고 있다.덴마크 완구업체 레고코리아는 2019년 키덜트 제품 전담팀을 꾸리고 제품군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레고코리아가 지난 3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와 IP 협업을 통해 출시한 ‘레고 동물의 숲’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5위권에 들었다.

IP 확보에 사활을 걸며 키덜트 제품을 선보이는 글로벌 완구업계와는 달리 국내 완구업계는 외국 제품을 국내에서 대신 판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손오공이 키덜트 제품으로 선보인 스퀴시멜로우 인형, 미니벌스 피규어 등은 각각 글로벌 완구기업인 재즈웨어와 MGA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제품이다. 자체 상품을 개발하지 않고 위탁 유통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라월드를 비롯해 영실업, 초이락컨텐츠컴퍼니 등 완구기업들도 키덜트를 대상으로 한 자체 IP 제품은 별도로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완구업계가 K웹툰처럼 콘텐츠가 확실한 IP와 협업한 키덜트 제품을 선보여 역량을 다지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