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팔로어 있어야 무슨 소용...1000명의 팬덤을 키워라"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 저
클라우드나인 출판
"예술 하면 파리, 패션 하면 뉴욕. 서울은 무엇이 떠오를 것인가?"

지난해 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에서 크리에이터 행사인 '서울콘'을 기획한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책을 출간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말은 다소 생소하다. 김 대표가 말하는 '이코노미'도 엄밀한 경제학적 용어는 아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모자이크화된 물결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2022년 기준 1인미디어 산업 매출액은 2조5056억원(한국전파진흥협회 보고서)에 달하니,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화되지 않은 수많은 콘텐츠 생산자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이 분야는 단순한 유튜브 업계, 콘텐츠 비즈니스 정도로 뭉뚱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거대한 콘텐츠의 물결을 경제적으로 파악하고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코노미라는 개념을 끌어왔다.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과거에는 블로그 등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영상의 시대를 맞아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기반으로 시시각각 팬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저자는 주목받는 콘텐츠의 특징으로 △명확한 정체성 △차별화 △일관성 △스토리 등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주요 유튜브 채널의 특징을 분석한다.

저자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산업을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콘텐츠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웹 2.0 환경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산업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1.0이다. 이 단계에서는 플랫폼의 광고 수익을 배분받는 것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료 구독과 직접 구매를 수익모델로 삼을 수 있는 단계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으로 명명할 수 있다. 강의나 커뮤니티 활동도 이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활발해진다. <와이어드> 공동 창간자인 케빈 켈리가 제시한 '1000명의 법칙'이 필요해지는 시기다. 크리에이터가 내놓은 콘텐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1000명의 열성 팬이 있다면 창작자가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논리다. 저자는 공학도 출신 요리사가 운영하는 <화니의 주방> 채널을 예시로 든다. 수백만 구독자가 흔한 요즘 유튜브 세상에서 이 채널은 크게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세계가 황폐화된 이후를 가정하고 요리를 한다는 콘셉트의 '늑대식당'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브랜디드콘텐츠 협업 요청이 쏟아졌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수백만 조회수를 찍는 '떡상' 이후에 그 콘텐츠를 지속할 수 있는 수익 창출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앞으로 웹 3.0 환경과 블록체인 기술 등을 바탕으로 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3.0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크리에이터가 1.0에서 2.0 사이에 머물러 있다며 향후에는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술적, 물질적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특히 갑작스레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된 한국과 한국의 콘텐츠(K콘텐츠)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리아'와 '서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상황을 강조하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콘텐츠를 소극적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해외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번역 기술을 활용해 이를 세계와 공유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기업이나 기관,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