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고 뿌리고 새기고…단단한 옻칠에 스며든 한일중 3국의 '멋'


국립중앙박물관, 日 도쿄국립박물관·中 국가박물관과 공동 전시
나전·마키에·조칠기 등 각국 칠공예 대표 유물 46건 한자리에
옛사람들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널리 써왔다. 옻칠한 나무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했고 쉽게 부패하지 않았다.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한 생활용품부터 정교한 기술이 돋보이는 공예품 등 한국·일본·중국 세 나라의 칠공예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특별전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를 10일부터 특별전시실에서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비슷한 듯 하나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칠기 46건을 모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단단한 옻칠 문화를 바탕으로 삼국 고유의 장식 기법과 형태, 색채, 무늬 등 독창적이면서 화려한 칠 공예품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세 나라의 칠기는 '붙이고 뿌리고 새기는'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롱한 빛깔로 최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나전칠기는 '붙여' 만드는 칠기다.

나전칠기는 전복, 조개 등의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자개로 무늬를 장식한다.
고려 후기에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인 보물 '나전경함',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이층 농, 머리 장식과 비녀 등을 보관하던 빗접 등이 소개된다.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일본에서 환수해 기증한 나전경함은 모란, 넝쿨, 구슬 무늬가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 6점 정도만 남아 있어 귀한 유물로 여겨진다.

반면 일본의 대표적인 칠공예 기법인 마키에(蒔繪) 기법은 옻칠한 기물 위에 금가루를 정교하게 가공해 뿌리는 방식으로 장식하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무로마치(室町) 시대인 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못 무늬 경전 상자,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든 상자 등이 전시된다.

말을 탈 때 허리를 받치는 안장과 발걸이, 도장을 넣어 두는 통에도 마키에 칠이 된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고대부터 수천 년 동안 옻칠 기술을 이어온 중국의 경우, 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칠한 뒤 겉면을 깎거나 새기는 조칠기(彫漆器) 유물을 소개한다.

구름무늬와 넝쿨무늬 사이로 검은색과 붉은색이 번갈아 보이는 명나라 시기 탁자, 검은 칠을 한 뒤 뒷면에 '중화'(中和) 글자를 새긴 현악기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붉은 옻칠을 두껍게 칠한 뒤 다양한 무늬를 정교하게 새겨 넣은 상자는 청나라 건륭제(재위 1735∼1796) 시기에 만들어진 조칠 공예품 중에서도 정수로 꼽힌다.

전시에서는 나라 별로 칠기가 발전해 온 과정과 역사, 주요 기법을 설명해 서로 비교해보기 좋다.

박물관 측은 "인고의 시간 속에서 명품 칠기가 완성되듯 끊임없는 상호 교류 속에 세 나라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9월 22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