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지니 드러난 부동산 대출 사기…美당국 단속 강화

사진=AP
미국 검찰이 상업용 부동산 사기 관련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을 당시 성행했던 사기가 침체기에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다. 당국의 사기 수사가 4조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업용 건물의 재정 상태와 가치 평가 등을 조작한 부동산 대출 사기에 대한 연방 검찰, 규제 당국의 단속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사기사례는 2010년대 중반부터 2021년 사이에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무렵 크게 확산됐다.하지만 2022년 이후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높은 대출 이자율과 채무불이행의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치가 조정을 받으면서 각종 사기가 적발되고 있다. 텍사스대학교의 금융학 교수인 존 그리핀은 "역사적으로 사기는 호황기 동안 발생하고 불황기 동안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사기는 통상 대출자(은행)들이 건물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소극적인 접근을 취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은행은 건물 가치를 평가할 때 유사한 부동산의 수치와 일치하면 그 수치가 정확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는 회계실사 검토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사들 사이에서 대출 거래 건수를 늘리기 위해 철저한 실사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건물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 검찰은 연방주택금융청(FHFA) 감사관실과 협력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건의 플리바게닝(유죄 합의)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시내티, 하트포드(코네티컷), 리틀록(아칸소) 등지의 여러 아파트 건물 소유주들이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건물 관련 수익 보고서를 조작하거나 부풀려진 허위 가격으로 부동산 매매를 조작해 더 큰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패니 매(Fannie Mae)와 프래디 맥(Freddie Mac) 같은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기관들도 의심스러운 관행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대출 심사 정책을 변경하면서다. 향후 대출자는 임대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고, 아파트 점검 건수를 늘려 실제로 거주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