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기금, 투자 자산 개편에…"전세계 큰 파장" 전망 나왔다

38년 만에 '최저 엔화'
日당국, 246조엔 기금으로 방어 나서나
사진=로이터
일본 정부 연기금이 달러 자산을 엔화 자산으로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시장 분석가들은 일본 연기금이 5년 만에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자산이 246조 엔(약 1조5300억 달러)에 달한다. 2조86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사회보장신탁기금에 이은 세계 2위 연기금이다.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의 투자 자산 재조정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기금이 자산의 10%를 외화에서 엔화로 옮기기만 해도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움직인다는 점에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앵그릭 경제학자는 "10년 전에 한 방향(달러 자산 매입)으로 전환한 것을 보면 이제는 정반대 방향(엔화 자산 매입)으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근로자들이 내는 연금 보험료 중 연금 비용을 충당하고 남는 부분을 달러로 전환해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GPIF 총액의 절반 가량이 달러화로 된 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되어 있다. 기존 23%였던 해외 자산 투자 비중을 2014년 40%로 늘렸고, 2020년 50%로 더 높이면서다.

이는 일본의 다른 대형 기관투자사들도 GPIF의 투자 전략을 따라가게 만들었고, 결국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미국과 일본의 주가를 부양하는 데 일정 정도 기여했다. GPIF의 최근 분기 투자 수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가량 느는 등 효과도 냈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투자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해외 자산 투자는 환율 변동성 등을 이유로 위험하다는 점에서다. 해외 투자는 또한 '일본 정부가 자국 통화인 엔화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신호를 글로벌 시장에 간접적으로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미국 사회보장신탁기금이 미국 국채만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기도 하다.

엔화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GPIF의 투자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최근 160~161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엔저는 도요타 등 수출업체의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휘발유와 식료품 등 수입품의 일본 내 가격이 치솟게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하고 있다. 이에 그간 수익 창출 목적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해 온 연기금의 투자 전략이 일본 정부의 달러 매도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무라연구소의 타카히데 키우치 경제학자는 "일본의 장기 금리가 최근 상승하면서 국내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연기금의 상황을 정상화하는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