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은 잘 나가지만…"전쟁은 기후 위기 불러온다"

방산부터 생태까지, 전문가들이 진단한 기후 위기…신간 '기후, 기회'
독보적인 힘을 바탕으로 세계정세를 주도하던 미국이 점차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했다.

대형 전쟁이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묻혔다.

새로운 이슈가 이전 이슈를 지워가듯, 전쟁이 전쟁을 덮고 있는 양상이다. 잇따른 전쟁으로 사망자 수는 증가 추세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갈등 데이터 프로그램 자료에 따르면 국가 간 전쟁, 내전, 민족 간 갈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2021년 21만명에서 2022년 31만명으로 늘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전의 장기화, 에티오피아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등이 주요 요인이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처럼 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의 방산업체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K-방산'은 주가를 올리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은 173억 달러의 방산 수출을 수주하며 역대 최고 무기 수출 기록을 세웠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은 2013년부터 10년간 3배 늘었고, 자동차나 조선 관련 도시였던 창원은 이제 방위산업 단지의 전초기지가 됐다.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100대 무기 기업 중 한국 기업은 4곳이 포함됐다.

이 같은 비약적인 성장 속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무기의 세계 점유율을 높여 2027년까지 세계 4위 수준의 무기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IPRI에 의하면 2018∼2022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2.4%로, 세계 9위 수준이다.
그러나 전쟁이 기후 위기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K-방산의 기회를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신간 '기후, 기회'에 실린 글 '전쟁의 시대 평화라는 기후 정의의 필요성'에서 전쟁과 전투의 "모든 과정이 기후 위기를 촉진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한다.

저자가 인용한 유럽 기후재단(ECF)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8개월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양은 벨기에나 네덜란드가 1년간 배출한 온실가스양과 비슷하다.

또한 "전쟁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전쟁은 중국, 미국, 인도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어 "전쟁과 군사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정확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비공개된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처럼 전쟁이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있지만 정부는 K-방산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방위사업청은 K 방산 수출에 향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저자는 이 돈이라면 "전기버스 2천507대를 구입하거나 태양광 패널 26만개를 설치할 수 있다"며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많은 돈을 방위산업과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투자하면서 이 돈을 바탕으로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는 전쟁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과 시민들의 삶을 지키는 일자리이지, 전쟁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여서는 안 된다"고 곁들인다.

책에는 이 밖에도 생물다양성, 기후 위기의 임계점, 금융 및 경제, 산업, 먹거리, 건강 등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조명하는 전문가들의 글이 실렸다.

저자들은 기후 위기의 현재를 살피면서 이를 극복할 실천적 대안을 살펴본다. 북트리거. 19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