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유치도 가로막나"…금융위에 뿔난 기업들

금융위, 24일 '블록딜' 사전공시제도 도입
일반주주 보호조치…'먹튀 리스크' 막는다
기업 '백기사'에도 적용…경영권 방어 약화
사진=한경DB
앞으로 상장사 임원·주요주주가 회사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할 때는 한 달 전에 공시해야 한다. 카카오페이 등 상장사 임원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면서 주가가 출렁인 '주식 먹튀' 사례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블록딜이 기업의 우호주주(백기사) 유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가 기업의 경영권을 훼손하는 제도를 줄줄이 내놓는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금융위원회는 9일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의 세부 사항을 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4일부터 시행된다.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 내부자는 '상장사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거래 때 매매 예정일 30일 전에 매매 목적·가격·수량 및 거래 기간 등을 공시해야 한다. 상장사 내부자는 이사, 감사를 비롯한 임원과 의결권 주식을 10% 이상 소유한 주요 주주 등이다. 상속, 주식 배당, 주식 양수도 방식 인수·합병 등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거래는 사전 공시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기금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도 사전 공시 의무자에서 빠진다.

이 같은 사전 공시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금융위가 도입했다. 회사 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주요 주주가 주식을 대거 매각하는 것은 주가의 고점 신호로 읽힌다. 주요 주주들이 주식이 매각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보는 사태가 이어진 바 있다. 2021년 류영진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매각하면서 수백억원의 매각 차익을 얻자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사전공시제도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SI) 등 백기사를 유치하는 길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블록딜은 보안이 생명이다. 블록딜 정보가 미리 샐 경우 해상 상장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예상보다 매각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 블록딜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매각이익이 대폭 훼손된다. 그만큼 전략적 투자자(S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가 험난해진다. 예컨대 한진그룹 오너일가 백기사로서 한진칼 지분 14.90%를 보유한 델타항공 등부터 블록딜을 사전 공시해야 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블록딜을 사전 공시하라는 것은 보안이 생명인 거래를 하지 말라고 막는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도 막을 수 있는 만큼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