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탄광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손해배상 일부 승소

일제강점기 시절 탄광으로 강제 동원된 전남 지역 피해자의 유가족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1부(유상호 부장판사)는 9일 강제동원 피해자 7명의 유족(11명)이 니혼코크스공업주식회사(전 미쓰이광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니혼코크스공업에 유족 별 상속 비율에 따라 1천300만~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소송에 이름을 올린 고(故) 박훈동 씨는 일본군 강제 징집에 이어 강제 동원까지 당한 피해자다.

그는 강제 동원을 당하기 전 일본 관동군에 강제 징집돼 북만주 지역에서 2년 가까이 복무해야 했다. 다치고 전역해 고향인 전남 화순군에서 몸을 추스르던 중 또다시 일본 경찰에 강제로 연행돼 일본 홋카이도 탄광으로 끌려갔다.

이후 혹독한 추위와 가혹한 노동 환경은 물론이고 열악한 숙소에서 비참하게 생활하며 채탄 등 탄광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석탄 운반 작업 중 손가락 2개가 절단되는 상처를 입기도 했으나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그는 해방 이후에도 풀려나지 못해 계속 노역에 시달리다 이듬해 1월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고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박씨는 탄광 작업으로 인한 진폐증 등 폐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다른 피해자들 역시 영문도 모른 채 탄광으로 끌려가 가혹한 생활을 해야 했다. 도주를 막기 위해 합숙소 출입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고 제한된 식량으로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았다.

철저한 감시 속에 할당량을 채워야 작업을 마칠 수 있었고, 낙반·추락 등 안전사고를 당하고서도 탄광 작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귀국 이후에도 부상 후유증이나 폐 질환과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한 유족은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할아버지와 외삼촌이 모두 홋카이도로 끌려가 할아버지만 살아 돌아오셨다"며 "일본의 사죄가 없었기 때문에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본 전범 기업의 잘못을 인정하는 상징적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정인기 변호사는 "오랜 시간이 지나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상대측은 후생 연금 가입 기록이 제출되지 않은 것을 물고 늘어졌는데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