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시장 볕드나…거래량 2년 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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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급등에 대체수요 유입전세사기 사태 이후 찬바람만 불던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시장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빌라왕 사건’이 터지기 전 수준으로 거래가 활발해졌고, 매매가도 7개월 만에 반등했다. 빌라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심리가 확산하며 일부 매수세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심·동남권 중심 가격도 올라
"전세사기 충격 벗어나" 분석도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2897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만 해도 1876건에 그쳤는데, 석 달 새 1000건 넘게 증가했다. 2022년 7월(3206건) 후 최다였다. 지난 5월 기준 서울 빌라 매매가도 4월보다 0.03% 오르며,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선호도가 높은 도심권(0.09%)과 동남권(0.07%)에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송파동의 A빌라 전용면적 20㎡는 올 5월 1억9250만원에 손바뀜했다. 작년 1월 같은 면적, 같은 층수 물건(1억5300만원)과 비교해 4000만원 가까이 뛰었다. 중구 신당동의 B빌라 전용 29㎡도 지난달에 2년 전(3억3500만원)보다 4000만원 오른 3억75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전세사기 진앙지 중 한 곳인 강서구가 속한 서남권(-0.02%)은 아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단지에 따라 상승 거래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강서구 화곡동의 B빌라 전용 64㎡는 지난 5월 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2021년 6월(2억원)보다 몸값이 3000만원 상승했다.그동안 빌라 매매시장은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진 뒤 빌라 기피 현상으로 침체를 거듭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뀐 건 저점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대체재 성격인 빌라에 일부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세적 상승세로 진입했다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이 하락해 임대사업자 등의 투자 수요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서다. 매매가뿐 아니라 서울 빌라 전세가도 5월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한도가 줄어든 여파 등으로 여전히 역전세난(시세가 기존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상황) 우려가 짙다.
빌라 월세는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세를 내놓는 것에 비해 초기 목돈이 많이 들어 월세를 노린 투자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을 제외한 경기, 인천, 지방 등의 빌라 매매가격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