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조정 유리"…분당, 신탁방식 재건축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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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일로·한솔마을 등 4곳수도권 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의 재건축 선도지구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후보 단지군이 조합 방식 대신 신탁사를 잇따라 선택하고 있다. 정자일로(청솔1·2·3단지와 상록4단지)는 대한토지신탁·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 한솔마을1·2·3단지는 한국토지신탁과 손을 잡았다. 3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진행되는 데다 난도가 높은 통합재건축 방식이어서 주민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신탁사를 선정한 이유로 분석된다.
1.1만가구 예비신탁사 선정
선도지구 가점 혜택 주는 데다
유례 없는 통합 재건축으로
사업 기간 단축에 유리 판단
성남시는 선도지구 공모 지침에 가점 항목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을 명시해 이 같은 움직임을 유도하고 있다. 분당신도시 정비사업을 계기로 신탁 방식 재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분당 1만1000여 가구 신탁 방식으로
분당 정자일로통합재건축추진위원회는 코람코자산신탁·대한토지신탁 컨소시엄을 분당 정자일로 일대 노후 5개 단지 재건축을 위한 예비신탁사로 선정한다고 9일 밝혔다. 우리자산신탁과 경쟁이 붙었지만, 준공 실적과 자기자본비율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자일로 재건축 단지는 분당구 정자일로 80 일대 정자동 임광보성(상록4단지), 금곡동 한라(청솔3단지), 유천화인(청솔2단지), 계룡·서광영남(청솔1단지) 등이다. 기존 2860가구를 헐고 5000여 가구를 새로 짓게 된다.정자일로는 자체 주민 동의율이 90%로, 한솔마을1·2·3단지와 함께 추진 의지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성남시가 최근 발표한 ‘선도지구 평가 기준’에 따르면 주민동의율이 95% 이상일 때 배점 60점(만점)이 주어진다. 한솔마을1·2·3단지도 지난달 한국토지신탁과 신탁방식 재건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동의율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도지구 경쟁 단지 중 규모(3569가구)가 가장 큰 시범 우성·현대는 한국자산신탁, 미금동 오리·까치·하얀(2523가구)은 교보자산신탁을 선정했다.이들 4개 지구 단지만 합쳐도 1만1000가구에 달한다. 최근 성남시 공고에 따르면 선도지구 물량으로 기본 8000가구에 시 재량으로 4000가구가량을 추가할 수 있다. 이들 단지가 오는 11월 선도지구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선도지구 선정 기대가 반영되면서 분당 일대 거래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분당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 763건으로, 연초(215건) 대비 세 배가량 급증했다. 금곡동 유천화인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7억6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통합재건축 추진 유리…신탁에 가점도
분당 재건축 사업 추진에 신탁 방식이 관심을 끄는 건 통합재건축 추진을 위해선 전담 조직을 갖춘 신탁사에 조합원 간 이견 조율을 맡기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찬 정자일로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통합 방식이다 보니 한 단지에서 조합장을 하면 다른 단지에서 끊임없이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며 “여러 단지 의견을 모으고 외부 시공사와 금융회사와의 협력도 잘 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주민 대부분이 신탁 방식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조합과 비대위의 갈등, 조합 비리 등으로 사업이 늦어지는 걸 자주 봐왔다”며 “단기간에 사업을 진행하려면 신탁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성남시도 사업 진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유도하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달 25일 공개한 선도지구 공모 지침에서 신탁 방식과 공공시행 방식, 조합과 총괄사업관리자가 함께 진행하는 방식에 가점 2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단지에 대한 이해관계 없이 통합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신탁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GH공사) 등이 나서면 상대적으로 잡음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