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마을순찰대, 폭우 속 인명피해 막았다

경북형 재난대피 체계 성과

2.4만여명 규모로 전국 첫 구성
한밤중에도 마을 돌며 주민대피
강수량 등 과학데이터 기반 운영

하천 범람 심했던 영양 금학리
순찰대 선제 조치로 피해 줄여
지난 8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 한 마을의 가정집이 집중호우로 무너져 내린 토사에 파묻힌 가운데 집을 복구 중이던 주민을 다른 주민이 대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호우가 퍼부은 지난 8일 새벽 3시. 하천의 물이 불어나 저지대를 덮친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에서는 이장 유명욱 씨가 저지대 주민 26명을 고지대로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막았다.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새로 마련한 경북형 재난대피 체계가 작동한 덕이다.

경상북도는 6일부터 시작된 호우로 9일 오전 11시 현재 상주와 안동, 의성 등 일부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200㎜를 넘어서자 1165가구 1642명을 사전 대피시켰다고 이날 발표했다. 12개 시·군 1701개 마을에는 3565명의 마을순찰대도 본격 투입됐다. 지난해에는 없던 사전 대응이다.경상북도는 올해 도입한 마을순찰대와 12시간 전 대피 제도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명 피해 29명, 이재민 1162명 등 사상 최대 피해가 발생한 경상북도가 올해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새로 마련한 경북형 재난대피 체계다.

경북형 재난대피 체계의 핵심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선제적 주민 보호다. 경상북도는 올 들어 5월까지 지형과 수리에 밝은 자율방재단, 이·통장, 의용소방대 등을 주축으로 5189개 마을에 2만4920명의 마을순찰대를 전국 최초로 구성했다. 기상청의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마을에 어두워지기 12시간 전 마을순찰대를 가동하고 주민을 사전 대피시킨다.

기상청의 읍·면·동 강우 상세 정보를 파악하고 32명의 전문가 그룹에 자문해 사전대피 또는 대피 명령을 내리고 있다. 이 대응 체계에 따르면 12시간 안에 누적 강우량 200㎜·하루 강우량 50㎜·시간당 20㎜가 예상될 때는 사전대피, 누적 300㎜·하루 80㎜·시간당 30㎜가 전망되면 강제대피 명령을 발동하도록 했다.경상북도는 마을순찰대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산사태 피해가 있었지만 새벽 시간에 마을 이장이 주민을 대피시킨 마을은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박성수 경상북도 안전행정실장은 “야간 취약 시간대에 호우가 집중될 경우 사실상 대피가 불가능한 점에 주목해 12시간 전, 즉 어둡기 전에 사전대피 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마을순찰대와 1마을 1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주민대피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4일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2리 오르개미 마을에서는 이 동네 이장이 새벽 2시 마을 뒷산에 큰 바위가 구르는 소리를 듣고 위험을 감지했다. 이장은 6가구를 경로당으로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막았다. 또 15일 새벽 6시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에서는 면장이 위험 요인을 감지한 뒤 이장에게 대피를 요청해 20가구, 35명이 마을회관으로 피해 인명 피해를 예방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자연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대응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며 “과도할 만큼 철저하게 대응해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