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 국방력 증강, 남의 일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비상계획’을 세우고, 군사 협력 강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병력 35만 명 충원, 2%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3%로 인상하는 것도 거론된다. 프랑스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4130억유로를 투입하겠다고 하고, 영국은 올해 국방비를 역대 최대인 500억파운드로 늘렸으며, 독일에선 징병제 부활 얘기도 나왔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대선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이 큰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올해 초 NATO가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공해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겠다고 말해 유럽을 충격에 빠트렸다. 트럼프의 의도는 NATO 국방 예산 중 70%를 미국이 부담하는 구조를 깨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변수’까지 겹쳐 언제까지 미국에 의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일은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트럼프는 동맹도 돈으로 계산한다. 재집권 시 그는 수위를 대폭 높인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다. 앞서 한국이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밝힌 적이 있어 한반도 안보가 어떻게 출렁일지 알 수 없다.최악의 안보 급변 상황에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1기 때와 같이 한·미 실전 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돈 낭비라며 없앨 가능성이 큰 만큼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한 첨단 무기 확충이 시급하다. 2024∼2028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한국형 3축체계 등 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국방 예산을 연 7%씩 늘린다지만,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년 국회 예산 심사 때마다 스텔스 전투기 등 예산이 ‘퍼주기’를 위해 단골로 깎이는 구태로는 어림도 없다.

징병제 국가 중 세계 최고인 ‘2025년 병사 월급 200만원’ 실현을 위해 매년 국방 예산의 9%에 달하는 5조원을 투입하느라 그만큼 방위력 개선 기회를 놓친 안보 포퓰리즘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참에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 감당 범위 내에서 들어주되 핵 추진 잠수함, 핵 잠재력 확보 등 우리가 최대한 얻을 기회로 삼을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