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년 뒤 건보 누적 적자 563조원이라는 암울한 전망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서 18년 뒤엔 누적 적자가 56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김윤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건강보험 재정 추계와 주요 가정’ 보고서로 한경이 어제 단독 보도했다. 연구팀은 건보 재정이 지난해 4조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조원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건보료 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데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 추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져 한 해 적자 규모가 2030년 15조원, 2036년 40조원, 2042년 81조원 등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28조원인 건보 준비금은 2029년 전액 소진되고 2042년엔 마이너스 563조원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건보 재정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 영향으로 2018~2020년 적자를 기록하다가 이후 지출 증가를 억제한 덕에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문 정부는 건보 보장률을 높인다는 목표 아래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진료에도 건보를 지급해 과잉 진료를 부추겼다.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케어가 폐기됐음에도 건보 재정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 것은 저출산·고령화의 여파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건보료를 내는 주축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3674만 명에서 2040년엔 2903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게 통계청의 추계다. 이와는 반대로 병원을 많이 찾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40년 172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렇다고 현재 7.09%인 건보료율(직장가입자, 월수입 대비)을 법정 상한인 8% 넘게 계속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과 사회보장기금 등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국민부담률이 32%에 이르러 사실상 목에 찼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 역시 한 해 투입금이 수십~수백조원에 달해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덜 받는’ 방식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다 근본적으론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충격을 줄이는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