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현대의 만남, 발레 '한여름 밤의 꿈'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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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한국 발레는 고전 발레를 많이 해요. 정석적인 것에 머물고 있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이 수백명인데, 이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에선 다양한 작품을 마주할 기회가 적어서예요."뉴욕에서 30년간 컨템포러리 무용수·안무창작·교육자(미국 펜실베니아 포인트파크대학)로서 명성을 쌓은 주재만 안무가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창단 공연을 올리는 서울시발레단의 초연작 '한여름 밤의 꿈'의 연출과 안무를 담당하면서 지난 5월 중순부터 한국에 머물며 단원들의 연습에 동참하고 있다. 그가 선보일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한 전막 컨템포러리 발레다. "인간적이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발레단의 첫 공연작으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인간은 '사랑을 해야만하는 존재'라는 모티프 하나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가져왔어요. 그 외에는 모두 제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한여름 밤, 주재만의 꿈'으로 생각하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연출 안무 담당 주재만 안무가 인터뷰
컨템포러리 전막 발레...세종문화회관서 8월 23일부터 사흘간
주씨는 사랑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 온 평소 생각을 작품에 담았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사랑 아닌가요?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관계가 지속되는 거잖아요. 또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죠."
주재만의 '한여름 밤의 꿈'에는 요정 '퍽'이 갖가지 사랑을 매개하는 주역으로 등장한다. 큐피드와 같이 사랑을 완성시키는 요정이 아닌,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메신저다. 퍽은 무대 위에서 스토리를 전환하며 사랑의 삼라만상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퍽을 포함한 30명의 발레단원은 안무가의 시선이 되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주재만은 "고전 발레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 위에 고전 발레의 양식을 깨뜨리는 다양한 움직임을 가미했다"며 "난생 처음 해보는 동작에 적지 않은 무용수들이 연습 초반에는 많이 고생했고,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는 단원들의 말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지난 2월 서울시발레단은 창단 소식을 전할 때부터 컨템포러리 발레를 꾸준히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주재만 안무가의 초빙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클래식 작품과 컨템포러리 작품의 레퍼토리가 시즌 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무용수들의 기량도 경험의 폭에 따라 큰 폭으로 성장하죠.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양대 발레단의 레퍼토리가 고전 발레에 치우쳐있어 안타까워요."
주재만은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춤을 배웠다. 그 점이 무용수로서 표현을 확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안무가로서 무용을 고안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이처럼 그는 실험적인 무용으로 움직임의 확장을 도모하는 예술가지만,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지양한다고도 했다. 그에게 춤이란 무용수의 삶이 묻어나오는 경험의 예술이라서 그렇다. "어떤 춤을 추든 무용수는 무척 자연스러워야합니다. 자기 춤을 자기가 추는 경지에 이르러야 하죠."
주재만 안무가는 서울시발레단의 창단과 새로운 도전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한국에 산발적으로 소개되던 컨템포러리 발레를 공공단체가 심도있게 소개하는 장이 비로소 마련된 것이죠. 서울시발레단이 한국 무용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겁니다." 공연은 8월 23일부터 사흘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