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최고령 다년계약→최고령 올스타MVP→최고령 만루포까지

"최고령 기록은 의미 없어…기록에 연연하지 않을 것"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최형우가 '최고령 기록'의 의미를 부각하지 말아 달라며 장난 섞인 투정을 부렸다. 최형우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 KBO리그 최고령 국내 선수 만루홈런 기록을 세운 뒤 취재진과 만나 "'최고령'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라며 "최고령 기록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난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은퇴하는 날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령 기록은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와 '나이를 먹은 뒤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최형우는 후자의 의미처럼 세월을 거스른 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1983년 12월 16일생으로 불혹을 넘긴 최형우는 올 시즌 전반기에서 타율 0.286, 16홈런, 73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KIA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각종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최형우는 지난 1월 KIA와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선수 중 역대 최고령으로 다년 계약서(1+1년, 총액 22억원)에 도장을 찍더니, 6일에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선 40세 6개월 20일의 나이로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리고 후반기 첫 경기가 열린 이날 LG전 5-2로 앞선 6회초 공격 1사 만루에서 상대 팀 세 번째 투수 이상영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최형우는 40세 6개월 23일의 나이에 만루 홈런을 때려 이대호(40세 2개월 30일)를 제치고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 홈런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면 해당 기록 1위는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41세 3개월 29일)가 갖고 있다.

최형우는 이날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으로 팀의 11-4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최고령 만루홈런을 쳤다는 것보다 2위 팀을 상대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홈런을 쳤다는 점에서 기쁘다"라며 "각종 기록을 세워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그저 매 경기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기록 욕심'이 없다고 손사래 쳤으나, 이미 수많은 KBO리그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는 지난해 KBO리그 역대 최다 2루타(현 510개) 1위, 최다 타점 1위(현 1천620점)에 올랐고, 올해엔 최다 루타 1위(현 4천127루타) 자리를 꿰찼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형우는 이날 5타점을 쓸어 담으며 총 78타점을 기록해 최다 타점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72타점)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현재 추세를 이어가서 타점왕에 오르면 최형우는 역대 최고령 타점왕 타이틀을 갖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