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계룡 송전선로 금산 경유 '문제없음' 처분에 주민 반발

권익위 "한전 절차 위법하다 보기 어려워"…주민들 이의제기
충남 금산 지역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의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의 입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권익위 처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일 금산군 진산면 주민들에 따르면 권익위는 최근 주민들이 낸 고충 민원에 대해 민원 관련 행정절차를 안내한다는 내용의 '심의 안내' 처분을 통지했다.

피신청인의 처리가 위법·부당할 경우 내려지는 시정·권고 또는 의견 표명 등보다 경미한 수준의 처분으로, 사실상 피신청인의 처리 과정에는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분서는 "피신청인(한전)은 주민대표 2명 중 1명 이상을 지역 주민인 지방의회 의원으로 구성해 달라는 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위원회 구성을 결정한 것으로 민원 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입지선정위가 결정한 최적 경과대역을 변경하는 것은 피신청인의 권한 밖 사항"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2단계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신청인에게 의견 개진 기회를 줄 것을 피신청인에게 요청하겠다고 안내했다.

주민들은 권익위가 한전 측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민원을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나 토지 소유주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게 돼 있는데도 15개 시·도 지자체의 1차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30명 중 순수한 주민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고, 이 같은 절차상 오류에도 관련 규정을 한전에 유리하게 해석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범석 송전선로 경유 반대추진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한전은 자체 운영규범에 따라 입지선정위 구성에서 참여 인원이나 구성인원 등 규모를 바꿔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그것이 위원 3분의 2 이상을 주민대표로 구성한다는 '비율'까지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한전의 입장만을 받아들여 비율까지 변경할 수 있다고 본 권익위 판단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전은 지자체 의견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입지선정위원인 지방의원 19명 가운데 실제로 사업대상지역에 사는 지역주민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권익위 처분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서를 제출하는 한편, 한전을 상대로 주민들이 민사소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전북 정읍시와 충남 계룡시를 잇는 345kV 고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2029년 12월 준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한전 자체 규약인 '전력영향평가 시행 기준'에 따라 지난해 8월 말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같은 해 12월 금산군 진산면을 경유하는 최적 경과 대역을 확정했다.

이에 진산면 주민들은 지난 5월 권익위에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최적 경과 대역을 확정하는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고, 최단 경로가 아닌 금산 지역을 우회하는 경로를 선정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며 진정 민원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전북 무주에서 계룡을 잇는 송전선로라면 당연히 금산을 지나가야 하니 경로에 대한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 "내달 중 구체적인 최적 경과지를 선정하기 위한 2단계 입지선정위원회가 열릴 텐데, 마을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갈등만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