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밖에 없는 전쟁?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왜 침공했을까

국가 정책의 합리성 살펴본 신간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 사안을 비논리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가올 재앙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예상하며 한 말이다.

밋 롬니 미국 상원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으며 서구 주류 언론과 학자들의 시각도 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즉 푸틴이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시작함으로써 자신의 비합리성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실제 푸틴의 러시아는 전쟁에서 고전 중이다.

애초 일주일이면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쟁은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정보기관들은 전쟁 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빠르게 제압하면서 며칠 만에 승리할 것"이라고 미국 백악관에 보고하기도 했다. 푸틴의 예상과는 달리 전쟁이 흘러가고 있지만 푸틴이 비논리적으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생각은 착오라고 미국의 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와 서배스천 로사토 노터데임대 교수는 주장한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들인 이들이 함께 쓴 신간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How States Think)를 통해서다.
미어샤이머 교수 등은 "합리적이면 성공하고 비합리적이면 실패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합리성과 결과는 무관하다"고 전제한 뒤 푸틴의 전쟁 결정은 합리적 의사 결정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러시아 엘리트들이 보기에 선명한 "레드라인"이다.

나토의 동진은 "국가의 존립과 주권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푸틴 등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선제공격은 '세력 균형 이론'에 기반한 침공이었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러시아가 자국에 불리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군사력을 동원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들은 "푸틴이 단독으로 전쟁에 관한 결정을 내린 것 같지도 않다"면서 "러시아의 침공 결정이 심의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역사적으로 국가가 내린 합리적인 결정이 겉보기에 비합리적으로 보인 사례를 살펴본다.

가령,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중국 등 여러 나라들과 전쟁을 벌인 일본이 그랬다.

1920년대 말부터 일본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악화해 갔다.

소련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증가시킬 제1차 5개년 계획에 돌입해 발전 중이었고, 장제스가 이끄는 중국 민족주의자들은 중국 본토에서 힘을 다지고 있었다.

관세법을 강화해 무역장벽을 높인 미국의 조처로 자유무역 수혜를 입어 온 일본의 경제적 위상도 악화했다.

게다가 1920년대 말 불거진 대공황의 여파는 일본 경제를 옥죄었다.

일본이 부존자원이 풍부한 만주로 시선을 돌린 이유였다.

추밀원 고문 이시이 기쿠지로는 "만주에서 우리의 문제는 위신이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기고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적어도 진주만 습격 이전까지 일본은 집단지성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진단한다.

이 밖에도 저자들은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 결정,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삼국협상 대처 방안 결정 등을 사례로 들면서 국가의 결정 과정을 합리성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서해문집. 400쪽. 권지현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