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맞은 글로벌방산…주가 희비 엇갈린 유럽·미국 방산주

우크라 전쟁 이후 미국 방산주 주가 '제자리'
BAE, 탈레스, 라인메탈 등 유럽 방산주 87~437% 급등
지난해 NATO 국방비 '사상 최대'..안보위협 '최고조'
글로벌 방위산업은 거시경제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군사적 위협 수준이 향후 전망을 결정한다. 9~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례 정상회의에선 가자전쟁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또 다른 전쟁, 중국과 대만간 분쟁 위협 등으로 군사적 위협 수준이 최고조에 달했다. 각국이 앞다퉈 국방비를 늘리면서 글로벌 방위산업이 호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대형 무기제조업체간 주가 희비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국방비 줄이지만 유럽은 ‘사상 최고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NATO 32개 회원국의 국방비는 1조3000억달러로 인플레이션 조정시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NATO는 18개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까지만 해도 3개 회원국만 GDP의 2%를 썼다. 특히 국방비의 28%, 3600억달러는 무기 시스템, 차량 및 주요장비에 썼다. 영국 타이푼 전투기 제조업체인 BAE 시스템즈의 찰스 우드번 최고경영자(CEO)는 “국방비 지출 증가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현재(4일 기준)까지 글로벌 방산업체 주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4일 현재까지 미국 대형 방산업체들의 시장 가치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기간 록히드 마틴은 20.67%, 노스롭 그루먼 11.86%, RTX 7.7% 등의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프랑스 탈레스 주가는 87.41%, 영국 BAE는 115.6%, 독일 라인메탈은 437.22% 급등했다. 번스타인의 조지 자오 분석가는 “미국과 유럽 무기 제조업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의 오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 정부가 국방비를 늘리고, 지상전 역량 확대에 나서면서 방산업체들이 무기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라인메탈은 독일정부와 최대 85억유로 규모의 군수품 계약을 따냈다.


美 대형 방산주, 시장 가치 ‘제자리’


유럽과 달리 미국 대형 무기업체들의 주가 부진 이유는 경쟁 업체들이 급증한 영향이 있다. BofA의 론 엡스타인은 “냉전 이후 서방 국방 예산이 줄면서 자금 조달이 보류됐고, 업계는 생산 규모를 축소했다”며 “미국 우선순위가 대테러로 바뀌면서 하드웨어 제조도 쇠퇴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군사 예산도 제자리걸음이다. 2033년까지 실질적으로 지출이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록히드 마틴의 작년 매출은 명목상 2021년 대비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인플레이션 조정시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미 국방부는 기존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던 시장에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자율주행 드론과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의 팔머 러키 CEO는 “국방부가 ‘비전통적’ 방위업체들을 포용하고 있다”며 “비용 효율적이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도 신생 무기 제조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는 미 공군 자율 비행 비행기 개발 경쟁에서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을 제쳤다. 미 육군은 지난 3월 전장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탑재 트럭인 타이탄을 개발하기 위해 팔란티어를 선택했다. 핵 공격 시 대통령과 고위 장교들의 공중 지휘소 역할을 할 수 있는 ‘둠스데이’ 항공기를 교체하는 130억달러 규모 계약을 보잉 대신 스타트업 시에라 네바다와 맺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미국 대형 업체들이 장기 프로그램 계약을 따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모함이나 잠수함과 같은 복잡한 시스템은 비용 플러스 거래가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의 해외 매출 증가도 기대된다. 미국 방산업체들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6% 증가한 238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도 지난 4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950억달러를 승인했다. 이 중 4분의 1이 미국 대형업체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또한 첫 임기 때 군사비 지출을 크게 늘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시 또다시 군사비 지출을 늘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