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맡겠다"…'사용후 배터리' 놓고 기싸움 벌인 정부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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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기자실. 다음날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앞두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사전 백브리핑이 열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되는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에 관해 설명하기 위한 백브리핑이었다.
브리핑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4개 부처 담당 공무원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 및 재제조를 활성화하기 위해 탈거 전 배터리 성능 평가를 도입하고,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법안 입법을 연내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통상 백브리핑은 20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날만큼은 40분 넘게 오랫동안 진행됐다. 사용후 배터리 관련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방안이 소비자 및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예컨대 사용후 배터리 장착을 통해 값싼 전기차 등이 출시될지 여부나 사용후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들에게 어떤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정부가 이날 사전 배포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 보고서엔 이 같은 내용은 일절 담기지 않았다. 보고서엔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추진계획만이 대거 담겼다. 수요자인 국민을 배려하기보다는 공급자 위주로 작성돼 일방적으로 정책을 알리는 방식의 전형적인 보고서였다.
브리퍼로 나선 관계 부처 담당과장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백브리핑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한 담당 사무관이 보다 못해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담당과장들은 이를 지켜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특히 주무 부처가 아닌 기재부가 사용후 배터리 육성방안을 대표로 브리핑하면서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용후 배터리 육성방안의 담당 부처는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다. 기재부는 배터리 전주기 이력 관리를 위한 통합 포털 개설 업무에만 일부 연관돼 있다. 담당 업무가 아닌데도 기재부가 앞장서 브리핑을 한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사용후 배터리 육성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과 갈등이 심해 기재부가 조율 역할을 맡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산업부와 환경부가 작업 과정에서 심하게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무를 가져오기 위해 담당자 간 협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심하게 높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 간 협업을 중시하는 정부의 국정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이날 백브리핑 때도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에선 담당 과장이 참석한 대신 환경부만 담당 사무관이 참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담당 과장은 국회 법안소위에 참석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백브리핑에 불참한 것”이라며 “나중엔 부처끼리 서로 화해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새로운 영역에 관한 정책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부처 간 입장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 갈 갈등을 결국 해소하고 관련 정책을 내놨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며 “향후 사용후 배터리 생태계 강화를 위해 관련 부처와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브리핑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4개 부처 담당 공무원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 및 재제조를 활성화하기 위해 탈거 전 배터리 성능 평가를 도입하고,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법안 입법을 연내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통상 백브리핑은 20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날만큼은 40분 넘게 오랫동안 진행됐다. 사용후 배터리 관련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방안이 소비자 및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예컨대 사용후 배터리 장착을 통해 값싼 전기차 등이 출시될지 여부나 사용후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들에게 어떤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정부가 이날 사전 배포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 보고서엔 이 같은 내용은 일절 담기지 않았다. 보고서엔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추진계획만이 대거 담겼다. 수요자인 국민을 배려하기보다는 공급자 위주로 작성돼 일방적으로 정책을 알리는 방식의 전형적인 보고서였다.
브리퍼로 나선 관계 부처 담당과장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백브리핑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한 담당 사무관이 보다 못해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담당과장들은 이를 지켜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특히 주무 부처가 아닌 기재부가 사용후 배터리 육성방안을 대표로 브리핑하면서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용후 배터리 육성방안의 담당 부처는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다. 기재부는 배터리 전주기 이력 관리를 위한 통합 포털 개설 업무에만 일부 연관돼 있다. 담당 업무가 아닌데도 기재부가 앞장서 브리핑을 한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사용후 배터리 육성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과 갈등이 심해 기재부가 조율 역할을 맡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산업부와 환경부가 작업 과정에서 심하게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무를 가져오기 위해 담당자 간 협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심하게 높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 간 협업을 중시하는 정부의 국정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이날 백브리핑 때도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에선 담당 과장이 참석한 대신 환경부만 담당 사무관이 참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담당 과장은 국회 법안소위에 참석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백브리핑에 불참한 것”이라며 “나중엔 부처끼리 서로 화해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새로운 영역에 관한 정책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부처 간 입장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 갈 갈등을 결국 해소하고 관련 정책을 내놨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며 “향후 사용후 배터리 생태계 강화를 위해 관련 부처와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