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최저임금, 동결 수준으로 묶어야

노동계가 올해(시간당 9860원)보다 13.6% 높은 1만1200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제시했다. 일단 높이 불러 놓고 최대한 얻어내려는 협상 전략임을 감안하더라도 두 자릿수 인상 요구는 공감하기 어렵다. 최초 제시안은 27.8% 인상한 1만2600원이다. 물가 급등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7.8%로 물가 상승률(12.6%)의 2배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률이 낮든 높든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억지 주장에 다름 아니다.

한국 최저임금은 절대 수준 면에서도 이미 남부럽지 않다. 일본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1113엔·9600원)를 앞질렀고, 가장 낮은 이와테현(839엔·7700원)보다는 28%나 높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도 65.8%로 G7(주요 7개국) 평균(2023년 기준 52.0%)을 한참 웃돈다.한국만의 독특한 임금체계도 고려 대상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주휴수당 포함 시 올 최저임금은 1만1932원에 달한다. 세후 최저임금으로 따지면 대부분 G7 국가보다 높다는 평가도 있다. 최저임금 근로계층이 세 명 중 한 명꼴로 광범위한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한국 과세제도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 특히 사업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중요하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가 301만1000명으로 13.7%에 달한다. 주휴수당을 감안한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무려 49.4%로 추산된다. 중소기업계의 지급 능력도 더 악화했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큰 기업 비중은 4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하향이 해법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동결로 묶는 안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