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OECD의 '충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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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경제담당관 단독 서면 인터뷰"출산율 저하는 실존적 위협입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소멸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소멸의 길 걷는 한국, 저출생은 실존적 위협"
"일과 삶의 불균형, 대기업·중기 임금 격차 줄여야"
"상속세율 단순 인하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못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한국·스웨덴 경제분석을 맡고 있는 욘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를 위협할 중장기 리스크로 '저출생'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격년으로 발간되는 OECD 한국경제보고서를 작성하는 총책임자다. 그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과 함께 '2024년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파렐리우센 담당관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으로 저출생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출생률 급락은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역사적 뿌리를 가진 증상"이라며 "수출 주도 성장에 뿌리를 둔 한국의 생산·소비 불균형이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이어졌다"며 "이것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72명으로 떨어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향후에는 노인 인구가 청년 인구의 9배 수준으로 늘어나 노동력 공급과 정부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생 원인으로 꼽은 일과 가정의 불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등을 해결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정부 지출이 급증하는 것에 대응해 세수를 늘려야 하냐는 질문에는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고 은퇴 시기를 미루는 개혁이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조치"라면서도 "세금 인상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증세 여지가 있는 세목으로는 OECD 평균(19.2%)의 절반 수준인 부가가치세(세율 10%)를 예시로 들었다.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상속세 감면 논의와 관련해선 "오너 일가가 상속세 때문에 회사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단순히 세율을 낮추거나 과세표준을 높이는 것만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터널링(오너 지분이 많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내부거래로 이익을 이전하는 행위)이며 우리는 터널링을 줄이는 모든 개혁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제언도 내놨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연금 수급연령(올해 63세)을 지금보다 더 높이고 이후에는 기대수명과 연계해 연금 수급 연령을 변경(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험료율(현행 9%)과 소득대체율(40%)도 OECD 평균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노인 빈곤을 줄이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지원되는 기초연금에 대해선 "연금액을 인상하되 저소득 연금 수급자를 타깃으로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광범위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줄여 취약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OECD는 지난 5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2월(2.2%)보다 0.4%포인트 상향한 것으로 이번에도 전망치를 유지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2.6%) 대비 0.1%포인트 낮춘 2.5%로 예상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수출에 비해 회복세가 더딘 내수와 관련해 "올 1분기에는 (내수가) 확대됐지만 2분기에는 다소 약해졌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 둔화, 정점을 찍은 금리 덕에 소비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와 관련해선 "다음 달에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주요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며 "금리는 올해 말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2025년 중반까지 2.5%로 점진적으로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면서 "금리를 너무 오래 높게 유지하면 경제에 좋지 않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가계 대출 증가와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해 금리 인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월 연 3.25%에서 연 3.50%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뒤 2월부터 12차례 연속 동결한 것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