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진 울산과 홍명보의 동거, 13일 홈경기 전에 끝날까

이미 결별하기로 한 연인과 사흘이나 더 동거하는 건 옳은 일일까.

11일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가 홍명보 감독과의 공식적인 결별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울산은 전날 열린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 경기에서 0-1로 졌다.

올 시즌 첫 홈 경기 패배다.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대한축구협회 발표 뒤 처음 치러진 울산의 경기였다. 경기 전 홍 감독은 "아무래도 우려가 되겠는데, 근데 또 모르겠다"며 선수들이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과연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불안감은 그라운드에서 현실화했다.

울산 선수들은 전반전부터 좀처럼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울산이 흔들리기만 한 건 아니다.

전반전 중반 주민규의 헤더 등 골에 가까운 장면도 여럿 있었다.

광주 골키퍼 김경민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울산의 경기력이 예전만 못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구단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원래 당초 구단은 주말인 13일 열리는 FC서울과의 23라운드 홈 경기까지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생각이었다.

이 경기를 홍 감독의 '고별전'으로 치르려고 했다.

그러나 광주전 분위기를 본 구단은 홍 감독과 더 일찍 이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격식을 갖춘 이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성적'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승점 39)은 포항 스틸러스(승점 41), 김천 상무(승점 40)에 밀려 3위로 처져있다.

4위(승점 37) 강원FC와 격차는 승점 2에 불과하다.

지금 울산은 '낭만'을 즐길 여유가 없다.

더군다나 다음 상대는 기세가 좋은 FC서울이다.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공격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제시 린가드는 21라운드에서 첫 필드골을 터뜨렸다.

울산 구단이 전혀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고별전'이 흘러갈 가능성은 절대 작지 않다.
'빠른 이별'이 외려 홍 감독을 위하는 길일 수도 있다.

경기 전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시즌 중 떠나는 홍 감독을 향해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거짓말쟁이 런명보' 등 플래카드를 들어 보였고, 크게 야유도 했다.

울산에 17년 만의 우승컵, 그리고 리그 2연패의 큰 선물을 안겼던 홍 감독으로서는 다소 섭섭하게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기술지역 쪽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지시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서포터스석 쪽으로 가 인사를 할 때, 홍 감독은 멀찌감치 뒤에 있었다. 울산 관계자는 홍 감독과의 이별 시점을 당기는 것에 대해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