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를 늦춰라, 그래야 머리 속 안개가 걷힌다” [서평]

내면 해독

다니엘 골먼 외 지음
신동숙 옮김/한국경제신문
292쪽|1만9000원
Getty Images Bank
현대인은 중독 상태다. 속도 강박, 목표 강박, 걱정 중독 등이다. 그 결과 번 아웃, 불면, 과잉 감정, 우울, 무기력, 편협한 사고 등에 시달린다. <내면 해독>은 그 해법을 명상에서 찾는다. 현대인들은 채움보다 비움이 필요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을 통한 내면 해독이라고 말한다.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생각과 에너지가 샘솟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눈에 띄게 하는 것은 저자들이다. 다니엘 골먼은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심리학자다. 베스트셀러 을 통해 감성지능이란 말을 널리 알린 사람으로 유명하다. 촉니 린포체는 저명한 티베트 불교 명상 지도자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와 명상 대가의 만남으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책이다. 린포체가 명상 방법에 관해 설명하면, 골먼이 과학적 근거를 대는 형태로 구성됐다. 명상이라고 하면 수련복을 입은 사람이 눈을 감고 정좌한 채 마음 챙김 하는 종교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북적이는 출퇴근 지하철에서든, 회사에서든,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면서든, 어떤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할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저자들은 삶의 제 속도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 준비하느라 정신없다. 이럴 때 조급함을 버리라고 말한다. 양치질할 때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닦고, 맛을 음미하며 식사하고, 운전할 때도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이전과 별 차이 없지만, 기분은 한결 상쾌하고 편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명상에선 이를 ‘기반 찾기’와 ‘내려놓기’라는 말도 설명한다. 기반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마음이다. 내려놓기는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걱정, 빠른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삶이 제 속도를 찾자, 안개가 걷히듯 불명확했던 세상이 명료해졌다. 늘 수많은 생각과 걱정들로 무거웠던 머릿속이 정리되자, 새로운 에너지와 아이디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즉, 명상의 지혜는 나와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 하루를 잘 보내고 내 인생을 잘 꾸려가기 위한 ‘일상의 지혜 그 자체’인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