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의사 국시 거부 사태 오나…의대생 96% "시험 안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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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20년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했던 사태가 재현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국시를 거부하면 매년 약 3000명씩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긴다. 전공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국시 거부까지 겹쳐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단 우려가 커졌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 의사 국시를 치러야 하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본과 4학년 대부분이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앞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지난달 의사 국시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시험과 이듬해 1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응시 대상자 확인을 위해 각 의대는 졸업 예정자 명단을 지난달 20일까지 국시원에 제출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응시 예정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의사 국시 접수가 불가능한 만큼 정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크다는 게 의대협의 설명이다.
본과 4학년뿐만 아니라 다른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분위기도 여전하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5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의 '유화책'에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도록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말'로 조정하고 수업일수 단축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의대생들은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때도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로 맞섰다. 결국 정부는 의대 증원을 포기했고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젊은 의대생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며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1년 국시 실기시험은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실시됐고, 재응시 기회를 얻은 의대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했다. 2020년 때처럼 '면죄부'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의사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만약 대규모 국시 거부가 현실화하면 신규 의사 인력 수급 차질은 물론, 의료시스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대 졸업→의사 면허 취득→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전문의 자격 취득' 등 일련의 의사 양성체계에 '공백'이 생기면 쉽게 메울 수 없어서다.
당장 내년도에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고자 수련 과정을 밟기 시작하는 '막내 전공의'인 인턴이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인턴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레지던트는 물론, 이후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생긴다. 군대와 농어촌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신규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마저 현실화할 경우 의료 공급 차질과 환자들의 고통 등 의료공백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 의사 국시를 치러야 하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본과 4학년 대부분이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앞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지난달 의사 국시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시험과 이듬해 1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응시 대상자 확인을 위해 각 의대는 졸업 예정자 명단을 지난달 20일까지 국시원에 제출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응시 예정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의사 국시 접수가 불가능한 만큼 정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크다는 게 의대협의 설명이다.
본과 4학년뿐만 아니라 다른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분위기도 여전하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5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의 '유화책'에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도록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말'로 조정하고 수업일수 단축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의대생들은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때도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로 맞섰다. 결국 정부는 의대 증원을 포기했고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젊은 의대생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며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1년 국시 실기시험은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실시됐고, 재응시 기회를 얻은 의대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했다. 2020년 때처럼 '면죄부'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의사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만약 대규모 국시 거부가 현실화하면 신규 의사 인력 수급 차질은 물론, 의료시스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대 졸업→의사 면허 취득→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전문의 자격 취득' 등 일련의 의사 양성체계에 '공백'이 생기면 쉽게 메울 수 없어서다.
당장 내년도에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고자 수련 과정을 밟기 시작하는 '막내 전공의'인 인턴이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인턴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레지던트는 물론, 이후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생긴다. 군대와 농어촌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신규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마저 현실화할 경우 의료 공급 차질과 환자들의 고통 등 의료공백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