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先구제안, 정부안과 예산 차이 크지 않아…병행 필요"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 인터뷰

"민주 선구제안, 조 단위 예산 필요치 않아"
"정부안도 긍정적…피해자에 선택권 줘야"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선(先)구제·후(後)회수' 방안에 대해 막대한 예산 소요를 이유로 반대하는 가운데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의 복기왕 의원이 "정부의 지원안을 선구제안과 병행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 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장 20년간 제공하는 지원안을 추진하고 있다. 복 의원은 또한 민주당의 선구제안과 정부 지원안의 소요 예산 규모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 의원은 지난 9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안에 대해 "경매 차익을 돌려주고 최장 20년간 굉장히 저렴한 조건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안"이라며 "(민주당의) 선구제안과 병행해 피해자들이 원하는 지원을 선택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안이 피해자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발생하는 만큼 선구제안과 정부 지원안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지원안 긍정적이지만…지원 느리고 사각지대 남아"

복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LH에서 불법 증축 등을 한 위반 건축물도 매입임대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 의원은 "LH에 경매 신청을 한 피해자 가운데 심사를 통과한 사례는 183건으로 10% 정도에 불과했다"며 "위반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신청자가 심사에서 탈락했고, 그나마 통과한 183건 중에서도 매입이 이뤄진 것은 7건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인 스무살 청년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경매 절차가 진행돼 강제로 퇴거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장 거주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정부의 지원안은 너무나 먼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기다릴 여력이 없는 피해자들에겐 당장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의 선구제안은 빠른 지원으로 피해자 생계를 안정시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증금 전액을 지원하자는 게 아니다. 30% 범위에서 변제를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증금 30% 선구제 필요 예산 7500억 이하…정부안과 차이 적어"

복 의원은 민주당의 선구제안과 정부 지원안의 소요 예산 규모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증금의 30% 범위에서 선구제가 이뤄지기에 필요 예산도 조 단위에 이르진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앞서 국토부는 피해자 선구제에 5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8125명이고 피해 1건당 평균 보증금은 1억4000만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 수가 내년 5월까지 3만6000명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복 의원은 "보증금 전액이 아닌 30%로 단순 계산할 경우 필요 예산은 1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며 "하지만 절반 이상의 피해자는 최우선 변제권을 행사하거나 선순위에 해당해 30% 이상을 보호받는다. 이를 감안하면 7500억원 이하로 재차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구상 절차를 거쳐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규모"라며 "정부의 지원안도 결국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투입 시기가 먼저냐 나중이냐의 차이일 뿐, 실제 투입되는 규모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 의원은 "전세사기 특별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여당과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누가 옳고 그르다는 고집을 버리고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하자"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