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녹색도시로"…신국립미술관의 야심찬 프로젝트

아트 살롱

초대 손님
클라우스 비센바흐 신국립미술관장

공간 제약으로 그간 소장품의 3%만 전시
새 미술관 건설과 함께 생태복원까지 진행
세계적 건축가 헤르조그 & 드뫼롱이 주도
베를린장벽 등과 가까워 역사적 배경 풍부
미스 반데어로에가 건축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David von Becker
안녕하세요. 아르떼 독자 여러분, 에이드리언 청 홍콩 K11 회장입니다.

독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의 수장은 미술관 관장인 클라우스 비센바흐입니다. 그는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미술관 운영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과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습니다. 베를린 쿤스트베르케(KW) 현대미술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베를린비엔날레를 이끌면서 현대 미술계의 선구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2년부터 그는 베를린 신국립미술관과 건설 중인 베를린 현대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야심 찬 확장과 재구성을 총괄하면서, 20세기 예술과 문화유산 탐구를 위한 선도적인 중심지로서 미술관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센바흐를 초청해 신국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클라우스 비센바흐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장
신국립미술관(The Neue Nationalgalerie)은 베를린에 있는 현대 미술관이다. 수천 점 이상의 귀중한 현대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968년 건설된 이 미술관 건물과 조각 정원은 유명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가 설계했다. 그동안은 공간의 제약으로 소장품의 약 3%만 상시 전시될 수 있었다.

신국립미술관은 더 많은 소장품을 동시대 관람객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는 ‘베를린 모던’이라고 불린다. 기존의 미스 반데어로에 건물과 베를린의 상징인 베를린 필하모니(콘서트홀) 사이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새로운 미술관과 인접한 신국립미술관은 20세기 국립미술관 소장품을 보유하게 된다.
미술관 건물 앞에 전시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왼쪽). 자연 채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설계된 미술관 건물. /David von Becker
이 프로젝트는 저명한 스위스 건축회사인 헤르조그&드뫼롱이 주도하고 있다. 기존의 베를린 서부 문화 중심지인 쿨투어포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새로운 건물은 베를린 국립 회화관, 공예 박물관, 판화 및 드로잉 박물관, 예술 도서관뿐만 아니라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니와 주립 도서관 사이의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새로운 미술관 건물과 함께 인근에 있는 베를린의 녹색지대, 티어가르텐 지역도 생태 복원을 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 더 많은 나무를 심고 도로와 주차 구조물을 제거하는 등 새로운 건축 기술을 도입 중이다. 미술관 전기의 10% 이상을 태양광 패널 등의 지속 가능한 기술로 끌어오는 것도 포함된다.우리의 목표는 베를린을 환경 친화적인 문화지구로 조성하는 것이다. 유럽에선 다른 지역에 비해 전통적으로 에어컨 사용이 보편화되지 않아 극심한 날씨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적이고 물리적인 확장을 넘어 신국립미술관은 베를린 모던의 프로그램 확장을 목표로 한다. 미술관 주변을 둘러싼 인근 기관과 협력하고 통합된 네트워크를 구축해 20세기의 디자인과 건축, 영화와 비디오, 문학, 음악 등 모든 형태의 예술을 한 지붕 아래에서 선보이기를 희망한다.

올해 초 신국립미술관은 딘토니 팍스의 퍼포먼스 작품과 함께 미국의 영화 예술가 루시 레이븐의 전시회를 선보였다. 이 전시회의 콘셉트는 해당 지역 내 도시 자연과 함께 모든 문화 기관의 협력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대 예술가들이 음악은 물론 다른 장르와 결합해 새로운 활기와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유럽의 전통적인 미술관처럼 신국립미술관에도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은 비교적 적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앞으로 다양한 인종, 성별, 국적, 종교 등 예술가의 작품을 눈여겨볼 예정이다. 베를린의 새로운 미술관 부지는 풍부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철의 장막, 베를린 장벽, 그리고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가깝다. 이런 기관들은 국립미술관 소장품이 대표하는 격동의 역사를 반영한다. 소장품은 바이마르공화국의 예술 르네상스에서부터 나치 정권이 ‘퇴폐 예술’이라고 억압하던 시기, 동서독의 분단과 재통일 후의 예술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른다.신국립미술관은 야심 찬 확장과 개조를 진행하면서 상징적인 예술 작품을 소장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20세기 역사가 어떻게 예술가들에 의해 예측되고 기록됐는지, 어떤 창의적 표현으로 재구성됐는지 이야기하는 중요한 기관으로서 역할을 굳히고 있다. 20세기는 독일에서 중요한 시기였다. 베를린이 예술적 표현의 국제적 중심지로 부상한 시대였고, 조세핀 베이커와 같은 저명한 예술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많은 예술가들이 현대 예술 운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1930년대에는 국가사회주의자 나치에 의해 퇴폐 예술로 선언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동베를린에는 국립미술관이 있었고, 서베를린에는 새로운 국립미술관이 구상되고 건설됐다. 1961년부터 1989년까지의 냉전 기간 베를린 장벽이 존재하던 시기에도 분리된 동독과 서독은 상반된 예술 작품을 수집했다. 독일 통일 후에는 이 두 세계관을 하나의 소장품으로 통합하는 과제가 있었다. 현재 전시는 이 소장품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특징을 다루기 위한 노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미술관은 예술, 디자인, 건축 및 기타 문화 형식들이 동시대에 어떤 격동적인 힘을 형성하고 또 반응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촉진하고자 한다.

에이드리언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