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꺼움 없이도 살 뺄 수 있다…부작용 없애는 비만약 연구 활발

포만감과 메스꺼움 별도 신경세포 관여하는 현상 증명
근감소증 등 GLP-1 부작용 해결 위한 연구 성과 나와
최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이 체중 감소 효과를 내는 세부 기작이 속속 밝혀지면서 부작용 없는 비만약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GLP-1 약물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메스꺼움뿐 아니라 근감소증이나 췌장염 등을 줄이기 위한 기초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학과 연구진은 GLP-1 약물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메스꺼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7월 10일(현지시간)자에 발표됐다.메스꺼움은 구토, 설사와 함께 대표적인 GLP-1 계열 비만약의 부작용 중 하나다. 기존에는 이런 위장관 부작용이 정상적인 식사를 방해해 살이 빠지도록 유도한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식욕 감소와 메스꺼움이 서로 다른 신경 회로를 통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를 통해 후뇌가 식욕 억제에 작용하는 주요 영역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후뇌에서는 뇌의 고립핵(NTS)과 맨아래구역(AP)이라는 하위 영역에 GLP-1 약물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부 분석 결과 포만감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NTS 신경세포가 활성화됐고, 유해 화학물질 등을 주입해 메스꺼움을 유발하면 AP 신경세포가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AP 신경세포를 억제하면 GLP-1 약물을 투여해도 메스꺼워하지 않았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앰버 알하데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문을 열었다"고 표현하며 "AP를 그대로 두고 NTS만 자극하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메스꺼움 없이도 큰 체중 감량 효과를 가지는 약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GLP-1 계열 비만약이 포만감을 유발하는 원리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비만약이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개발된 뒤 비만으로 적응증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당뇨병 환자들에게 투여되며 안전성이 입증돼 있었기 때문에 세부 기작을 일일이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를 필두로 2030년 130조원 규모 비만약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GLP-1 약물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세부 기작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팀은 GLP-1 약물이 뇌의 등쪽 안쪽 시상하부(DMH)를 자극해 포만감을 느끼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비만약이 포만감을 유도하는 자세한 과정을 밝혀낸 연구다.

GLP-1 약물은 메스꺼움 이외에도 근감소, 췌장염, 위 마비 등의 부작용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근감소증은 비만약 개발사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비만약을 투여 받은 환자는 10~20%의 체중이 빠르게 줄어드는데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함께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2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방량이 33~36% 감소하는 동안 순수 근육량은 10~1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감량 체중의 4분의 1은 근육인 셈이다. 2019년 전희숙 가천대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특정 인자(MSTN 등)을 억제하면 GLP-1 약물에 의한 근육 소모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근육 감소는 노화와도 큰 연관이 있기에 최근 비만약 개발사들은 근육량 보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미오스타틴, 액티빈 등 근육감소증 치료제와 병용하는 방법으로 근감소를 방지하는 식이다. 일라이릴리가 2조4000억원을 들여 미국 버사니스 바이오를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사니스 바이오는 액티빈 기반 근육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췌장암도 GLP-1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다만 최근에는 7년 장기 추적 결과 췌장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도 발표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올해 1월 이스라엘 쉬바 메디컬 센터 연구진은 54만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약물이 췌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슐린 요법 대비 췌장암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첼 댕크너 쉬바 메디컬 센터 교수는 "GLP-1 약물은 출시 초기부터 췌장염 및 췌장암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GLP-1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