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한동훈 총선 고의 패배' 발언에…친한계 "배은망덕"

원희룡·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7.23 전당대회에 당권주자로 나선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원 후보가 전날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관련해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것이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한동훈 후보를 비판하면서다.

11일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SNS에 "한 전 위원장은 혈관이 터지도록 링거를 맞으며 전국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과정을 20년 넘게 지켜봐 온 당 대표 도전자의 입에서 어떻게 '고의 패배 의혹'이 나오나. 선을 세게 넘었다"며 "제발 이성을 되찾고 당원들이 지켜보는 이 선거를 정상궤도로 돌려놓길 부탁한다"고 했다.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원 후보, 조정훈 의원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높였다. 배 의원은 "원 후보와 조정훈 의원 등 제가 알기로 한 전 위원장에게 당시 아주 많이 요청하고 다른 후보들보다 더 도움 많이 받은 것으로 아는데, '고의로 총선 지려고 했냐'느니 '총선 백서에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를 넣겠다'라느니, 이런 걸 우린 배은망덕이라고 한다"고 했다.

송석준 의원은 같은날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한 게 고의로 총선에 지고자 한 것이었다는 '고의 패배설'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어 "총선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은 책임져야 할 여당으로서 무너져가는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사악한 현상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것"이라며 "어떻게 선거 패배 책임을 '몰카 함정범죄'의 희생양으로 몰리던 영부인께서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몰아가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장동혁 의원도 원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 후보는 "원 후보께서는 동정표 받아서 당 대표 되시려고 일부러 총선에서 지셨나"라고 되물었다.

정무적인 사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던 고동진 의원도 나섰다. 고 의원은 "이번 발언은 원 후보를 지지했던 지역 유권자를 포함해 모든 국민의힘 후보자와 우리를 지지해 준 44.39%의 전국 유권자 노력을 폄훼하는 모욕적인 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후보 측은 오히려 한 후보 측이 '막말'과 '검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캠프의 윤두현 미디어본부장은 "'진실요구와 흑색선전', '검증과 막말'을 구분 못하면 문맹"이라며 "패배를 작정한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그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