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대한민국 치킨집 개수 세는 법 [서평]

과학자의 발상법

이종필 지음
김영사
444쪽|2만2000원
공부에 ‘암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어선 안 된다. 그 반대를 보통 ‘창의’라고 뭉뚱그려 말한다. 창의성을 길러준다는 학원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창의가 무엇일까. 과학자들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집단도 없다.

<과학자의 발상법>은 창의적 사고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책이다. 물리학자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 교수가 썼다. 과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정량적 발상, 보수적 발상, 실용적 발상, 혁명적 발상, 실패할 결심 등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다만 모든 걸 엄밀하게 계산하지 않는다. 지구는 성인 한 명보다 얼마나 무거울까를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정확한 값이 아니다. 대략 얼마나 무거운지만 알아도 의미가 있다. 계산을 간단히 하기 위해 인간을 키 1m에 몸무게 100㎏라고 가정해도 큰 문제가 없다.

같은 방식으로 한국에 치킨집이 몇 개나 될지 추정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2000만 가구가 일주일에 치킨을 평균 한 마리 먹고, 한 가게는 하루에 100마리의 치킨을 튀긴다고 가정하는 식이다.
과학은 틀을 깨는 혁명적 발상을 통해 발전했다.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이 주변에 자석과 같은 효과를 만들 수 있다면, 자석이 도선에 전류를 흐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역발상으로 발전기의 원리를 발견했다. 갈릴레오는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떨어질 것이라는 당대의 상식에,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절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보수적 발상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존 지식에 위배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고 원래 있던 이론을 꼭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새로 발견한 천왕성의 궤도가 뉴턴 역학으로 설명되지 않자 미지의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는 이후 해왕성으로 밝혀졌다. 방사성 붕괴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미지의 입자인 중성미자를 제안했다. 이 역시 시간이 흐른 후 존재가 입증됐다.

과학자의 발상법은 자연을 탐구하는 데만 적용되지 않는다. 일상의 문제, 사회 문제를 푸는 데도 쓰인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발상을 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책은 과학의 역사를 통해 그 방법을 소개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