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소멸의 길 접어든 저출생 韓…재정지출 억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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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보고서 공개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로 ‘저출생’을 지목했다.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노동력 공급 부족과 재정지출 부담으로 한국이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경고다. 중소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 혜택을 줄이고 규제 혁신을 통해 경쟁적 환경을 조성하라고 주문했다.
대대적 구조개혁 주문
2060년 GDP 5분의 1 복지 지출
국민연금 수급 연령 높여야
인력 부족, 고령층·외국인이 해법
中企 지원 통폐합·임금체계 유연화
이민 비자발급 요건 완화도 해야
○“기업 정년 단계적 폐지 고려를”
OECD에서 한국 경제 분석을 맡은 욘 파렐리우센 담당관(수석이코노미스트)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출산율 저하는 실존적 위협”이라며 “한국은 장기적으로 ‘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OECD가 격년마다 발간하는 한국 경제 보고서의 주 작성자다. 그는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72명 상황이 유지된다면 오늘날 부모 세대는 손자 세대의 아홉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며 “노동력 공급과 정부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렐리우센 담당관은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일부를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돌리고,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과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생·고령화 이슈부터 재정 건전성 우려, 중소기업의 생산성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중점적으로 담겼다.보고서는 일·가정의 불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과도한 사교육, 높은 서울 집값 등의 구조적 요인이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고 정부 재정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OECD의 경고다. OECD는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국민연금 등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이 206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7.4%로 현재의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고령화 대비를 위한 재정지출 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합계출산율이 2040년까지 인구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수준인 2.1명으로 지금보다 세 배 높아지더라도 노동 공급이 감소하는 건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OECD는 “연공급제에서 벗어나 직무 특성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유연한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명예퇴직을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별 정년의 단계적 폐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숙련 이민자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관대한 중소기업 지원 줄여야”
이번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은 ‘관대하다’는 게 OECD의 평가다. OECD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출은 지난해 기준 전체 지출의 5.1%로 2017년 4.3%에서 0.8%포인트 늘었다.코엔 실장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거미줄 같은 제도가 놀랍게도 1646개에 이른다”며 “이를 소수의 프로그램으로 통합하면 한국 시장에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중소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OECD는 “중소기업에 관용적인 정부 지원이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를 야기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보조금 지급 등을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 지원 제도를 통합하면 전체 GDP의 0.32%를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탄소 감축, 고령화 대응 등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경우 성장률 증가 효과가 10년 뒤 누적 10.1%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OECD 권고를 정부의 역동 경제 로드맵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세민/박상용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