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여물로도 안 가져가요" 망연자실한 부여 수박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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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어 올해도 침수…기록적 폭우에 배수로도 소용없어"
152억원 피해 본 부여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 "열흘만 있으면 출하하는 거였는데…그냥 아무 생각도 안 나네요. "
11일 오후 충남 부여군 부여읍의 한 수박 재배 농가.
전날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농장주 오정환(67)씨는 하릴없이 농막에 앉아 시설 하우스를 바라봤다.
한쪽에는 비료 포대가 나뒹굴고 있고, 하우스 입구는 밀려든 진흙으로 질퍽질퍽했지만, 손쓸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0일 새벽 부여에 시간당 106.0㎜의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씨의 비닐하우스 18동 가운데 15동(9천900여㎡)이 물에 잠겼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밭 사이 고랑에는 일부 물이 고여 있고, 수박 잎은 모조리 흙으로 뒤덮여 수마의 위력을 짐작게 했다.
날이 개자 물을 머금은 수박 잎이 햇볕을 흡수하면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오씨는 "밤을 새우며 배수펌프를 돌리고 삽으로 계속 퍼 올렸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면서 "새벽 3시부터 심상치 않더니 물이 종아리 높이까지 금세 차올랐다"고 전했다.
수박밭 바로 옆에 1m60㎝ 높이의 배수로도 있었지만, 역류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는 "작년에는 배수장이 고장 나서 비닐하우스가 꼭대기까지 잠겼는데, 올해는 정상 가동이 됐는데도 2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집중호우에는 소용이 없더라"고 전했다. 줄기마다 매달린 수박은 적게는 7㎏에서 크게는 9㎏ 가까이 완전히 자란 상태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는데도 모조리 폐기해야 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이 찬 피수박은 두드려보면 안다.
맑지 않고 둔탁한 소리를 내는데, 수확을 하더라도 일주일만 지나면 금세 썩어서 못쓰게 돼버린다"며 "소여물로나 쓸 수 있는데, 8천t 가까이 되는 수박을 일일이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서 가져갈지 모르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재해보험에도 가입했지만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오씨는 "작년에 실제로 보상이 산정된 금액은 실제 피해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다"며 "내가 키운 씨 없는 수박의 경우 젖순을 딸 때부터 수정시킬 때까지 한 뿌리당 사람 손으로 9번의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그동안 들인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에는 하우스마저 모두 망가지는 바람에 차라리 트랙터로 갈아엎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일일이 거둬들여야 해 복구작업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수박 농사를 지은 지 7년 정도 됐는데, 두 번 연속 침수 피해를 봤다"면서 "하우스를 안 지으면 보상을 못 받는다고 해서 작년에 억지로 뼈대를 다시 세우고 비닐을 씌워 올리기는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수박 농사를 이어갈지는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3일간 부여의 평균 강우량은 322.8㎜를 기록했다.
특히 양화·임천·세도면에는 사흘 동안 450㎜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벼·수박·멜론·토마토 등 농작물 피해는 1천464㏊(728개 농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는 대조사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사찰로 흙이 떠내려오는 등 지역 문화재 3곳이 피해를 봤고, 교량·제방이 붕괴하고 주택과 상가 28개동이 침수되는 등 현재까지 152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전날 구교리 수해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태흠 충남도지사에게 "부여군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3년 연속 수마로 큰 피해를 봤다"며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의 여건을 고려해 조속히 복구작업을 할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으로 조기 선포해달라"고 건의했다. /연합뉴스
152억원 피해 본 부여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 "열흘만 있으면 출하하는 거였는데…그냥 아무 생각도 안 나네요. "
11일 오후 충남 부여군 부여읍의 한 수박 재배 농가.
전날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농장주 오정환(67)씨는 하릴없이 농막에 앉아 시설 하우스를 바라봤다.
한쪽에는 비료 포대가 나뒹굴고 있고, 하우스 입구는 밀려든 진흙으로 질퍽질퍽했지만, 손쓸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0일 새벽 부여에 시간당 106.0㎜의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씨의 비닐하우스 18동 가운데 15동(9천900여㎡)이 물에 잠겼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밭 사이 고랑에는 일부 물이 고여 있고, 수박 잎은 모조리 흙으로 뒤덮여 수마의 위력을 짐작게 했다.
날이 개자 물을 머금은 수박 잎이 햇볕을 흡수하면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오씨는 "밤을 새우며 배수펌프를 돌리고 삽으로 계속 퍼 올렸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면서 "새벽 3시부터 심상치 않더니 물이 종아리 높이까지 금세 차올랐다"고 전했다.
수박밭 바로 옆에 1m60㎝ 높이의 배수로도 있었지만, 역류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는 "작년에는 배수장이 고장 나서 비닐하우스가 꼭대기까지 잠겼는데, 올해는 정상 가동이 됐는데도 2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집중호우에는 소용이 없더라"고 전했다. 줄기마다 매달린 수박은 적게는 7㎏에서 크게는 9㎏ 가까이 완전히 자란 상태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는데도 모조리 폐기해야 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이 찬 피수박은 두드려보면 안다.
맑지 않고 둔탁한 소리를 내는데, 수확을 하더라도 일주일만 지나면 금세 썩어서 못쓰게 돼버린다"며 "소여물로나 쓸 수 있는데, 8천t 가까이 되는 수박을 일일이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서 가져갈지 모르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재해보험에도 가입했지만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오씨는 "작년에 실제로 보상이 산정된 금액은 실제 피해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다"며 "내가 키운 씨 없는 수박의 경우 젖순을 딸 때부터 수정시킬 때까지 한 뿌리당 사람 손으로 9번의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그동안 들인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에는 하우스마저 모두 망가지는 바람에 차라리 트랙터로 갈아엎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일일이 거둬들여야 해 복구작업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수박 농사를 지은 지 7년 정도 됐는데, 두 번 연속 침수 피해를 봤다"면서 "하우스를 안 지으면 보상을 못 받는다고 해서 작년에 억지로 뼈대를 다시 세우고 비닐을 씌워 올리기는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수박 농사를 이어갈지는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3일간 부여의 평균 강우량은 322.8㎜를 기록했다.
특히 양화·임천·세도면에는 사흘 동안 450㎜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벼·수박·멜론·토마토 등 농작물 피해는 1천464㏊(728개 농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는 대조사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사찰로 흙이 떠내려오는 등 지역 문화재 3곳이 피해를 봤고, 교량·제방이 붕괴하고 주택과 상가 28개동이 침수되는 등 현재까지 152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전날 구교리 수해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태흠 충남도지사에게 "부여군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3년 연속 수마로 큰 피해를 봤다"며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의 여건을 고려해 조속히 복구작업을 할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으로 조기 선포해달라"고 건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