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시작한 임희정 "지금 샷감 최고…하반기엔 박현경과 우승경쟁 하고파"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1R
사진=KLPGA 제공
"태백의 딸 임희정 프로 6승을 기원합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이 열리는 강원 정선군 하이원CC의 진입로는 흡사 '임희정 길'을 연상시킨다. 도로 옆은 임희정(24)의 우승과 선전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로 빼곡하게 차 있다. 정선에서 지척 거리인 태백에서 태어나 이곳 하이원CC에서 정규투어 첫 승을 비롯해 두 번의 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약속의 땅'.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에 부응하듯 임희정이 부활의 샷을 날렸다. 임희정은 11일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더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오후 5시 현재 선두 이동은에 6타 뒤진 공동 20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를 마친 뒤 임희정은 "간밤에 비가 많이 온 탓에 그린이 조금 느려 적응하는데 약간 애를 먹었다"면서도 "매 라운드 샷감이 좋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막여우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모로 '예쁜 사막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임희정은 KLPGA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다. 2019년 정규투어에 데뷔해 동갑내기 박현경과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며 인기몰이를 했다. 여기에 투어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안정적인 스윙은 꾸준한 상위권 성적과 함께 5승을 그에게 안겨줬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짧지 않은 하락세를 이어왔다. 2022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이후 우승 가뭄을 이어졌고, 리더보드 상단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해 4월 교통사고의 후유증이 그를 두고두고 괴롭혔다. 올 시즌에는 15개 대회에 출전해 7개 대회에서 커트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랬던 임희정이 달라졌다. 최근 2개 대회에서 연속 톱10에 들며 다시 한 번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올 상반기에는 좀 헷갈리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멘탈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며 "체력훈련을 많이 하며 최대한 컨디션을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명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미지트레이닝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시합 전 최대한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핀 위치를 두고 미리 이미지트레이닝을 해보는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채비를 마친 임희정의 비밀병기는 완벽한 샷이다. 그는 "프로가 된 이후 지금 샷감이 최고"라며 "팬들도 '퍼트만 따라 준다면 벌써 몇승을 거뒀을 것'이라고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팬들의 응원도 그에게는 든든한 힘이 된다. 임희정은 "제가 성적이 안좋은데도 대회장을 찾아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보며 인간 임희정을 응원해주신다는 생각에 늘 감사하고 힘이 난다"고 활짝 웃었다. 대회장 입구를 수놓은 응원 물결에 대해서는 "대회장 밖에 나가지 못해 아직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응원해주시는 마음을 안고 경기를 잘 풀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LPGA투어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박현경은 그에게 즐거운 긴장감을 주는 존재다. 박현경은 올 시즌에만 3승을 올리며 통산 7승을 달성했다. 임희정은 "현경이를 보면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 시간동안 더 열심히 해서 차곡차곡 쌓으면 나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믿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는 박현경과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선=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