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칼날에…MS, 오픈AI 이사회서 빠진다

빅테크 겨누는 각국 정부들

美·유럽서 반독점법 위반 조사
의결권 없는 이사회 참관인 포기

각국, 인수합병 잇달아 제동
MS의 미스트랄AI 투자 등 조사
알파벳의 허브스폿 인수는 결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반(反)독점 조사 압박이 커지자 빅테크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과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를 철회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 이사회 참관인(옵서버) 자격을 포기하고 구글은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폿 인수 계획을 접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MS는 최근 자사의 오픈AI 이사회 참관인 자격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신을 오픈AI 관련 기업들에 보냈다. MS는 지난해 11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내부 결정으로 쫓겨난 지 5일 만에 복귀한 ‘올트먼 축출 사건’ 이후 참관인 자격을 확보했다. 참관인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MS는 지난 9일 오픈AI에 “우리는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상당한 진전을 목격했으며 이사회에서 더는 MS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고 통보했다.오픈AI는 MS 이외 다른 기업에도 참관인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아이폰에 챗GPT를 적용하는 파트너십을 오픈AI와 체결한 애플 역시 참관인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오픈AI는 MS·애플 등 주요 전략 파트너와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정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MS는 자사의 참관인 지위가 반독점당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역할을 지켜내는 대신 지위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S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오픈AI에 총 130억달러(약 17조9200억원)를 투자해 수익에 대한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유럽·영국 등 경쟁당국은 이 같은 관계가 실질적 합병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유럽연합(EU) 경쟁총국은 1월 “오픈AI에 대한 MS의 투자를 EU 기업결합 규정에 근거해 재검토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28일 “MS의 참관인 지위 확보를 계기로 두 회사 간 관계를 조사하게 됐다”고 말했다.지난달 초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가 엔비디아, MS, 오픈AI 등 세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관련한 조사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경쟁시장국(CMA)은 오픈AI 투자와 함께 MS의 인플렉션AI, 미스트랄AI 투자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또한 반독점법 위반 우려로 온라인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 허브스폿을 사들이는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4월 ‘알파벳이 허브스폿 인수 가능성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로이터통신은 10일 협상이 실사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결렬됐다고 전했다.

허브스폿은 영상·블로그·SNS 등을 통해 고객이 직접 기업을 찾게 하는 ‘인바운드 마케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인수가 이뤄지면 구글은 허브스폿이 마케팅 과정에서 확보한 소비자 정보를 광고에 활용할 수 있다. 구글 사상 최대 규모인 350억달러(약 48조3070억원)에 달하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인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반독점당국의 눈초리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