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률 6년만에 최고…정부 공급카드 꺼낸다

아파트값 16주 연속 상승
금리인하 기대·입주 물량 감소
전셋값까지 60주 연속 오르자
서울 외곽·수도권까지 매수세
거래 갈수록 늘어 월 6000건

정부, 하반기 공급규모 늘리고
재건축 기준도 완화 나설 듯
< 매섭게 오르는 서울 집값 > 금리 인하 기대, 입주 물량 감소, 전셋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과 용산·성동구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아파트 매수세가 최근 경기 과천·성남 등 수도권 주거지로 확산하고 있다. 16주째 상승세를 이어간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촌 모습. /김범준 기자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5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이 치솟는 등 지난 3월 이후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용산·성동구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매수세는 경기 과천, 분당 등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공급 가뭄 우려, 전셋값 고공행진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주택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하자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카드를 꺼내 들 채비를 하고 있다.

○집값·거래량 동반 상승세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24% 오르며 16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름폭도 지난주(0.20%)보다 크게 확대됐다. 2018년 9월 셋째주(0.26%) 후 5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승세는 서울 중심지에서 수도권으로 퍼지고 있다. 성동구(0.52%)는 전주에 이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송파구(0.41%), 서초구(0.40%), 용산구(0.36%), 서대문·마포구(0.35%)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0.10%→0.12%)의 상승폭도 커졌다. 서울 인접지인 과천은 0.49% 올랐고, 1기 신도시 재건축 호재가 있는 성남 분당구(0.31%)도 우상향 곡선이 두드러졌다.

거래량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727건으로, 5월 거래량(5000건)을 크게 웃돌았다. 아직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6000건을 넘을 전망이다. 용산구 도원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말엔 대여섯 팀씩 줄 서서 집을 본다”며 “집주인이 2000만~3000만원씩 호가를 올리다 최근엔 매물을 아예 거둬들였다”고 말했다.서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 올라 60주 연속 고공행진 중이다. 전국 전셋값도 0.05% 상승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높은 분양가에도 서울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을 웃돈다”며 “전셋값 상승과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서울 집값이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추가 택지, 재건축 완화 ‘관심’

주택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진 만큼 이를 누그러뜨릴 공급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4일 ‘주택공급 점검 회의’를 통해 하반기 수도권 2만 가구 신규 택지 공급, 매입임대주택 12만 가구 공급 등을 내놨다. 그럼에도 시장 불안이 가라앉지 않자 추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하반기 신규택지 발표 시기를 앞당기고 공급 규모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규택지 발굴을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만큼 공급 규모를 추가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3기 신도시 본청약을 조기에 하고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 같은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 공급 규모도 현재 추진 중인 12만 가구에서 더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관심을 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안전진단 통과 전 재건축 절차를 추진할 수 있어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할 수 있다.시장 여건상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유입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내 금리를 한 차례 내릴 확률이 높고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대출 규모가 줄어든다”며 “주택 매수에 호의적인 환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심은지/최진석/한명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