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한국, 국민연금 개혁하라"는 OECD 경고 [사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가 2년마다 내는 이 보고서에는 회원국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권고가 담긴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인구 감소에 대한 해법과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가 혁신을 가로막아 오히려 대기업과의 격차를 확대한다는 평가 등이 눈길을 끈다.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일·가정 균형은 물론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직무급제 도입, 국민연금 개혁 등을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특히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한국의 국민연금 수급 연령(현재 63세)을 올려야한다고 봤다. 2년 전에는 보험료율 인상을 권고했다. 한국이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OECD가 국민연금 고갈 문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도 이날 이대로 가면 2027년부터 보험료 수입만으로 국민연금 급여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4~2028년)’ 보고서를 통해서다. 연금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을 사람은 급증하는 저출생·고령화의 충격이 먼 미래가 아니라 조만간 닥칠 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민연금 개혁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는 안이 나오고, 이를 토대로 여야가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 불발로 22대 국회 과제로 넘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수용하기 어렵고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맞는 얘기긴 하지만 막상 22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연금개혁 논의는 아예 실종 상태다. 야당은 정쟁용 탄핵과 특검에 몰두하고 여당은 당권 싸움에 지리멸렬이다. 연금개혁을 미루면 미룰수록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논의의 장을 다시 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