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투세 유예 발언에…민주당 정책라인 "안 된다"

내년 1월 시행 놓고 불협화음

진성준 "유예 안된다고 할 생각"
친명 일부도 "개인 자격 언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지난 10일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유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금투세 시행 방침을 일찌감치 확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 온 당내 정책라인과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가 개인적으로 금투세를 유예쯤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금투세 관련 언급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진 의장은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에도 함께 검토해보자는 지시가 없었다”며 “당선 이후 논의해보자고 하시겠지만 그때도 ‘안 된다’고 얘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진 의장을 비롯해 내년 1월 금투세 도입을 가정하고 보완책 마련에 나선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조세개혁 태스크포스 등 정책라인은 이 후보의 금투세 언급에 당황한 모습이다. 민주당 정책라인의 한 의원은 “이 후보의 금투세 언급은 순전히 개인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며 “금투세 폐지는 물론 유예 방안 역시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금투세 시행 시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다양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었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재위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은 의원들이 벌써 한 달 넘게 논의해 합의한 사안”이라며 “이 후보도 관련 상황을 알고 있었을 텐데 이런 식으로 틀어버리니 그야말로 ‘멘붕’”이라고 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도 “금투세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우세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금투세 관련 발언은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인 당내에서도 온도 차가 크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국민의힘의 금투세 폐지 주장을 일관되게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도 “이 후보의 금투세 발언은 당 대표 자격이 아니라 후보 개인 자격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추후 당 대표가 된 다음 실제로 당 차원의 논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배성수/한재영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