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력이 이끈 빛과 그림자…신간 '시간의 지배자'

호모 사피엔스는 그저 교활했고, 협동을 잘하는 존재였을 뿐이다.

그러나 강력한 육상동물들이 그들에게 어이없이 당했다. 인간보다 훨씬 컸던 거대한 마스토돈도 모아새도 사피엔스가 서식지로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멸종의 길을 밟았다.

인간은 그저 영특한 머리와 협동 생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덕택에 정복자가 됐다.

이 가운데 예지력, 즉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고 토머스 서든도프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 교수와 조너선 레드쇼 퀸즐랜드대 연구원 등은 신간 '시간의 지배자'(The Invention of Tomorrow)에서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7천년 전 독일 고제크 사람들은 천문학 관측소를 만들어 일출과 일몰을 추적하며 내일, 한 달 뒤, 1년 뒤의 변화를 예측했다.

4천년 전 바빌론 사람들은 12개월로 된 달력을 만들었고 중동, 인도, 중국 등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은 저마다 문자, 쓰기를 발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달력, 시계, 문자, 쓰기와 같은 "멘탈 타임머신" 도구들은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관리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며 인류의 혁신을 견인했다. 인간은 이런 예지력의 도구에 의지해 경쟁 동물들을 제칠 수 있었다.

다만 인간의 예지력은 단견에 가까웠다.

공생과 상생처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지혜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간은 전쟁에 승리하고자 핵무기를 만들고, 돈을 벌고자 필요 이상으로 자연을 개발하고 파헤쳤다.

그 후과(後果)가 작금의 위기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수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그로 인한 변화는 여전히 멈출 기미를 모른 채 티핑포인트(임계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저자들은 "기후변화, 핵전쟁, 생명공학적 팬데믹은 우리 스스로 초래하여 직면하게 된 위험의 몇 가지 예에 불과하다"며 지금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 앞에 서 있다고 말한다. 디플롯. 조은영 옮김. 440쪽.


/연합뉴스